29일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는 클럽 등 특정 건물, 공간 안이 아닌 길 위에서 발생했다. 현행법과 소방당국 매뉴얼 등에 인파가 많이 몰리는 행사에서의 안전관리 대응 방안이 규정돼 있지만, 주최가 모호한 이번 핼러윈 행사를 대비하기엔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에는 재난 발생에 대비해 행정안전부장관이나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민간기관과 단체 등에도 응급조치에 필요한 장비나 시설, 인력을 지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소방방재청도 '공연·행사장 안전매뉴얼'에서 군중심리·군중관리 원칙 등 혼잡 사고의 특성을 분석하고 공연 행사 시작과 진행, 종료 등 단계별 검토사항과 관리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과 매뉴얼 역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사고 이후 수립됐다. 2005년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발생한 'MBC 가요콘서트 압사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행사장 출입문이 열리면서 한꺼번에 들어가려던 사람들 중 일부가 넘어졌고 뒤따르던 사람들이 잇따라 넘어지면서 11명의 사망자와 10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4개의 출입문 중 한 곳만 열려 있어 5천명 정도가 몰려 연쇄적인 압사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도 사망자는 대부분 강한 압박에 취약했던 노인과 어린이였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도 여성 사망자가 97명으로 남성(54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상황이다.
현재 경찰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이번 핼러윈 행사는 특정 주체에 의해 대규모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반적인 안전관리 대응에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10만 명 규모가 몰리는 대규모 행사라면 주최 측이 지자체에 사전신고하고 소방·경찰인력이 대응하게 되지만, 이번 행사의 경우 전혀 양식이 달랐던 것이다.
10월 들어 이태원을 비롯해 젊은 인구가 몰리는 서울 시내 곳곳의 상점, 유흥주점 등은 개별적으로 핼러윈 축제를 위한 장식과 이벤트 등을 준비해왔다. 특히 외국인 인구와 관련 식당, 클럽 등이 몰린 이태원의 경우 더 많은 인파가 몰릴 수 있다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주최 측 신고가 없었더라도 지자체가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좁은 골목이나 클럽 주변 등에 대해 사전 대비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원관광특구협의회는 이태원로 주변 상점의 영업을 31일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태원 압사 참사 수습과 사상자·유족 지원을 위해 매일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