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기존 감사원의 감사결과와 다른 내용들이 일부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어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고, 공방이 격화되고 있어요. 감사원 발표 내용과, 민주당 주장 내용이 워낙 부딪히다 보니 뭐가 뭔지 정신이 없습니다.
요점만 딱딱 짚어보겠습니다. 정치부 임진수 기자 어서오세요.
우선 기본적인 사건의 개요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감사원과 검찰 수사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네, 지난 13일 공개된 감사원 감사결과는, 이대준 씨가 실종돼 피살된 2020년 9월 23일 이후 군당국과 국정원, 청와대 안보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핵심은 왜 이대준 씨가 월북했다고 판단했냐는 건데요. 감사원은 군당국이 이 씨가 피살 되기 몇 시간 전에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첩보를 보고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이 씨가 피살되자 열린 관계장관 회의에서 일사천리로 월북으로 방향이 정해졌고, 다음날 언론에 사건을 공개하면서도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월북으로 단정했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이 씨가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는데도, 실종 당시 타고 있던 배의 구명조끼를 챙겨 입고 월북했다는 식으로 발표했다는 겁니다.
감사원은 이런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관계자를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전부터 수사에 착수했던 검찰은 최근에 서욱 전 국방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을 구속했습니다.
[앵커]
감사원 발표만 보면 문재인 정부가 의도적으로 월북으로 몰고갔다, 이런 지적이 나올수 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그런데 어제 열린 국정원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원 감사결과와 배치되는 결과가 나왔는데 어떤 내용이죠?
[기자]
우선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SI, 그러니까 특별취급정보로 한미 정부당국이 북한 동향을 감청해 얻은 첩보죠. 거기에서 월북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는걸 국정원에서 확인해 준 겁니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 윤건영 의원의 말 들어보시죠.
"국정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주요 정보들을 SI 첩보를 통해서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고, 월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동안 이 사건이 논란이 되니까 최고 비밀등급인 SI 공개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는데요. 국정원에서 월북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을 공개해 버린겁니다.
또, 감사원은 군당국보다 국정원이 이 씨 실종과 표류 사실을 먼저 알았다고 발표했는데 이게 사실이 아니고 반대로 국정원도 군당국이 알려줘서 알았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여기다 감사원은 이 씨가 표류 도중 중국 어선이 주변에 있었다는 식으로 발표했는데요, 국정원은 중국 어선 유무 자체를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국정원도 몰랐던 사실을 어떻게 감사원은 알았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죠.
결국 주요 사실에 대한 오류가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과연 감사원 감사를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죠. 가뜩이나 감사원이 최근 정치감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사원도 끼워맞추기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입니다.
[앵커]
그래서 민주당에서는 이때다 하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죠?
[기자]
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서훈 전 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당시 사건과 관련된 문재인 정부 고위층이 오늘 국회에 총출동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현 정부가 월북이 아니라는 판단한다면, 다른 실종 원인이 무엇인지 근거를 대라고 오히려 역공에 나섰습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관련 자료 삭제 지시와 관련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노영민 비서실장입니다.
"청와대는 정보를 확보·생산하는 기관이 아니라 생산된 첩보 정보를 보고받는 곳입니다. 청와대가 정보나 첩보의 생산기관에 정보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제가 아는 한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오늘 기자회견에는 예고에 없던 이재명 대표까지 참석해 힘을 실었는데요. 역시 대장동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이 대표가 서해 사건과 연결된 친문재인계와 힘을 합쳐 단일대오를 과시한 것이라는 평갑니다.
[앵커]
주요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은 물론 필요한데요. 그럼에도 2년도 넘은 사건이 다시 정국을 휩쓸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올 수밖에 없을거 같네요.
[기자]
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는 게 언제부턴가 공식이 돼버렸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데요.
전 정부에서 설사 의도치 않았더라도 명확한 증거나 수사결과도 없이 숨진 이 씨가 월북했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 받을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진보정당을 자처하고 있는데, 이런 성급한 발표로 사실 여부를 떠나 북한 바다에서 총에 맞아 시신까지 소각된 개인과 그 가족들의 인권이 처참히 무너졌거든요.
다만, 여권에서도 지지율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 사건 당시에는 크게 반발하지 않았던 2년 전 사건을 끄집어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후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감사원이 감사를 실시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검찰이 수사에 돌입하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정치 보복'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 지는 측면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