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겨냥한 사정당국의 수사로 코너에 몰리던 민주당이 사정기관 견제와 민생 챙기기로 적극 반격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감사원 개혁과 레고랜드 사태를 매개로 한 투트랙 전략으로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친문·친명 합심해 감사원 발표 규탄…감사원법 개정까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담당 핵심 인사들은 27일 민주당이 주최한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관련 기자회견'에 총출동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이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이재명 대표도 참석했다.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하는 자리가 만들어진 것.
이들은 문재인 정부 안보실이 피살된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자진월북한 것으로 결론이 나도록 방침을 세웠다는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당시 월북 판단은 첩보 분석 결과에 따른 것이었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당시 특별취급정보(SI) 첩보에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명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주요 단서가 있는데 정부가 월북을 감출 수가 없다"며 감사원 발표를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은 국정원이 26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월북 논란' 관련 감사원과 결이 다른 내용을 발표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국정원은 이씨 사건을 SI를 통해 파악했고, 첩보 중 '월북' 단어가 구체적으로 들어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합동참모본부보다 이씨 표류 사건을 먼저 인지했다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서는 "착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감사원법 개정안과 함께 국정조사 추진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당내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감사원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감사원법 개정안(박범계 의원 대표발의)을 당론화를 거쳐 이르면 다음주 발의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감사위원회 의결사항 공개 △감찰관 외부 공개모집 △수사요청 전 감사위 의결 △민간인 감사 금지 등 감사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 감사원이 전 정부 기관장 등을 상대로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국정조사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명 '레고랜드 사태' 정부 비판…"국정 주도권 위해 공세"
이와 동시에 민주당은 악화된 민생 경제를 적극 부각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오히려 야당이 동분서주하며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실기를 강조하는 한편 향후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레고랜드 사태를 '김진태발 금융위기'로 규정하며 정부·여당을 겨냥한 공세에 고삐를 쥐었다. 이재명 대표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기자회견 직후 한국거래소를 찾아 '금융위기 대책마련 긴급 현안점검'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증권사 직원 등으로부터 금융시장 동향을 청취하고 정부여당에 대해 적극적으로 쓴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김진태 사태로 금융위기가 벌어졌는데도 정부에서 4주 가까이 이를 방치해 위기가 현실이 되도록 만들었다"며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IMF 때와 비슷하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이 이같은 공세모드로 전환한 배경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최근 민주당사 압수수색과 민주연구원 김용 부원장의 체포 등 검찰의 칼날이 이 대표 지근거리까지 도달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한다.
이 대표실 관계자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맞을 때는 잘 맞아야 하지만 계속 맞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야당이 국정 주도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정부여당의 무능을 부각하면서 야금야금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문계 한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좀처럼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어 우리가 좀 더 중도층을 포섭할 여지가 있다"며 "친문과 친명이 단일대오를 갖춘 지금 민주당이 충분히 파괴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