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까지 나서 가로챈 실업급여…부정수급 특별점검 돌입

고용노동부, 다음 달부터 실업급여 부정수급 특별 점검기간 운영
해외체류하거나 군대 갔는데 실업급여 신청? 의심사례 9300여 건 달해
4월부터 진행했던 올해 첫 기획수사에선 부정수급 실업급여 약 40억 원 찾아내

실업급여 전체 수급자 중 반복수급 현황. 고용노동부 제공

#7곳의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 서류상 A씨의 치킨집에는 무려 79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지만, 정작 매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직원들이다. 비밀은 A씨 사업장의 세무신고 업무를 대리하던 세무사무소 사무장 B씨가 쥐고 있었다.

B씨는 사장인 A씨 몰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신의 친구, 가정주부, 취업준비생 등에게 접근해 '실업급여를 받게 해줄테니 수수료 절반을 달라'고 제의해 가짜 노동자를 모집했고, 이렇게 등록한 가짜 노동자에는 B씨 자신까지 포함됐다.

이들 79명을 A씨 매장의 직원으로 신분을 속여 고용보험에 가입시킨 뒤 퇴직처리하는 수법으로 B씨가 가로챈 실업급여는 약 5억 8천만 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강화된 고용안전망을 악용하는 실업급여 부정수급 사례가 최근 대거 적발되면서 노동 당국이 집중 점검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9300여 건을 선정해 다음 달부터 실업급여 부정수급 특별 점검기간을 운영한다고 25일 밝혔다.

그동안 노동부가 법무부, 병무청 등 관계기관을 통해 선별한 사례들로,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해외체류기간(1600여건), 의무복무기간(4600여건), 간이대지급금 지급기간(3000여건)과 실업인정일이 중복되는 사례들을 골라냈다.

부정수급 의심자에게는 고용보험수사관이 출석·현장조사를 진행하고, 만약 대리 실업인정, 수급기간 연기 미신고 등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행정처분(전액반환, 5배 이하 추가징수, 지급제한, 수급제한) 및 형사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을 실시한다.

이에 앞서 노동부는 지난 4월부터 실업급여 부정수급 기획수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실업급여 39억 8500만 원을 가로챈 199명을 적발한 바 있다.

특히 기획수사 과정에서 노동자가 사업주와 공모하거나, 심지어 브로커까지 개입해 조직적으로 실업급여를 가져간 대규모 부정수급 사례도 발견돼 검·경 합동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기획수사를 통해 사업주 공모형 부정수급 적발 금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3.5배, 5명 이상 대규모 부정수급 적발 금액은 1.8배, 브로커 개입 조직형 부정수급 적발 금액은 2.3배씩 각각 증가했다.

아울러 하반기에는 고용보험수사관 증원인력 14명을 6개 지방청에 2~3명씩 기획수사 전담자로 배정해서 기획수사 계획수립,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 등 업무를 수행하도록 보강했다.

이 외에도 노동부는 내년 부정수급 신고포상금 예산을 올해 19억 5천만 원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32억 4천만 원으로 증액하고, 신고자에게는 부정수급액의 20%를 연간 5백만 원 한도(고용안정사업의 경우 30%, 연간 3천만원 한도) 안에서 신고포상금으로 지급한다.

연합뉴스

한편 노동부는 실업급여 반복수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 작업도 추진 중이다. 앞서 노동부는 노·사·전문가와 논의해 고용보험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난해 11월 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반복수급한 경우 수급 횟수에 따라 구직급여 수준을 10~50% 조정해 낮추고, 수급 대기기간도 현행 1주에서 4주로 연장해 부정수급을 예방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단기간만 일하고 이직하는 노동자가 자주 발생하는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의 관련 보험료 부담을 0.8%에서 1.0%로 0.2%p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노동부 김성호 고용정책실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실업급여 반복수급이 줄어들고,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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