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첫 국정감사가 비속어 논란으로 시작해 종북 논란을 거쳐 사정정국으로 마무리됐다. 정쟁과 막말로만 기록된 20일이었다. 24일 국회는 10개 상임위별로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국정감사를 사실상 종료했다. 내달 3일까지 겸임 상임위에 대한 감사를 마무리하는 국회는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필두로 본격적인 예산정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사실상의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국정감사도 역시나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날 오전 국정감사는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에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며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의원들만 참석한 채 개의한 일부 위원회에서는 "학생이 학교에 자꾸 지각하면 퇴학당하는 수가 있다(행안위 장제원 의원)", "민주당이 민생파괴 정당임을 자인하는 것(외통위 김석기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의 규탄 발언만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국감장은 '야당탄압 규탄한다'는 피켓만 자리를 지켰다.
오후들어 가까스로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도 피감기관과 무관한 여야 공방은 이어졌다. 행안위 국감에서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이 정부 검찰이 공정하다고 한다면 누누이 말한 윤석열 대통령 장모, 김건희 여사의 자금 추적 안 하고 있지 않느냐"고 비난했고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전부 자업자득 아니냐. 제발 정신 좀 차려달라"고 맞대응하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의사진행 발언이 끝날 때마다 여야 의원들이 "집에 가세요" "발언권 안 주나" 등 고성을 쏟아내자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위원장이 장내를 정돈하는 과정에서 같은 당 위원들이 "야당 위원장이냐"며 항의하는 소동도 있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야당 의원들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당사와 당 부속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뿐 아니라 국감 진행에 당연히 지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공방을 벌였다.
이어진 주질의에서는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한동훈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청담동의 고급 주점에서 새벽시간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고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 앞으로 어떤 공직이라도 다 걸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장관은 "근방 1km에 있었으면 뭘 걸테니 의원님도 거시라. 제가 술 못 마시는 건 아시나? 자괴감을 느낀다"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발끈했고 민생과 관련 없는 이슈에 국감장은 달아올랐다.
이처럼 20일 동안의 국정감사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김문수 경사노위원장)" "개나 줘버리라(민주당 문정복 의원)" "혀 깨물고 죽지(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등 의원들은 물론 증인까지 막말 행렬에 동참하며 윤리위 제소에 고발도 잇따랐다. 그나마 국정감사 기간 도중 터진 카카오 먹통 사태로 관련 김범수 카카오 센터장, 최태원 SK회장 등 기업인들이 우여곡절 끝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되짚으려는 국민의힘도, 윤석열 정부 의혹을 부각하려는 민주당도 모두 '낙제점'을 면치 못한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라는 큰 선거를 치른 다음이어서 여야가 서로 세게 맞붙지는 않은 느낌"이라며 "이슈파이팅보다는 무난한 국정감사를 기대했겠지만 막판에 검찰수사가 중심에 서면서 국감이 끝나고도 민생현안은 블랙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