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뭐여"…디지털 소외 일상인 노인들

은행 가서 송금…택시 호출·영화 예매는 '언감생심'
나이 들수록 불편 커져…"눈높이 맞는 교육 해야"

스마트이미지 제공

"카카오가 뭐여?"

서울 용산구에 사는 이옥연(83) 씨는 카카오 계열 서비스 먹통 사태로 불편한 점을 묻자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 온 국민이 불편을 겪었던 때에도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이틀을 보냈다. 스마트폰을 아예 쓸 줄 모르는 이씨에게는 카카오 없는 생활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공과금을 납부하거나 월세가 입금됐는지 확인하려면 성치 않은 다리를 이끌고 동네 은행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 매달 병원을 갈 때면 15분이 걸려 큰길까지 나가서야 택시를 잡을 수 있다. 젊은이들이라면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해결할 일들이다.

최근 벌어진 카카오 오류 사태로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단 며칠간 경험한 불편을 이들은 매일같이 겪는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했다.

김영수(84) 씨는 2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앞에서 아내와 함께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부의 앞을 지나가는 택시는 모두 '예약' 등이 켜져 있거나 승객이 탄 상태였다.

김씨는 "요즘은 콜택시도 잘 안 오고 병원 앞에 대기하는 택시도 잘 없어서 10분 넘게 노상에서 기다려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척척 택시 잡는 것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스마트폰이) 없거니와 쓸 줄도 모르니 어쩌겠느냐"고 했다.

종로구 낙원상가 인근에서 만난 신영남(81) 씨 역시 스마트폰을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신씨는 "평생 이렇게 살아와서 큰 불편은 없다"면서도 "기차표를 예매할 때나 돈을 부쳐야 할 때 직접 역과 은행에 가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힘이 들고 지친다"며 호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1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 고령층의 스마트기기 보유율은 63.2%로, 전체 국민 보유율(93.5%)보다 크게 낮았다.

스마트폰을 보유했더라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노인은 매우 적었다.

70대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활용 수준은 100점 만점에 43.3점에 불과했고 역량 수준도 22.4점에 그쳤다. 각각 77.6점, 63.8점을 기록한 전체 조사 대상자 평균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마포구에 사는 주부 김모(73) 씨도 스마트폰을 갖게 된 지 7년이 넘었지만, 카카오톡과 유튜브 정도만 쓰고 예약, 결제, 송금 등은 할 줄 몰라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한번은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예매한 사람들이 많아 자리가 거의 없었다"며 "결국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보고) 내용도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외국 영화를 보다가 나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가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다른 이들이 간접 체험하게 했다며 디지털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우선 어르신들이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어떤 기능을 필요로 하는지 전국 단위의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각종 사회복지관에서 정보화 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소수의 어르신만 배우는 게 사실"이라며 "이른바 '노노 케어'(노인이 다른 노인을 돕는 일)를 통해 눈높이에 맞는 일대일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육이 필수 동반돼야 하지만, 우리 인식 자체도 바뀔 필요가 있다"며 "무작정 노인 세대에게 '쫓아 오라'고 할 게 아니라 내게 쉬운 것도 상대에게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와주도록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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