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7대 항목의 '포용성 지표'와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개봉한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조사한 '다양성 통계'의 중간 결과가 공개됐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인디스페이스에서 '2022 한국 영화 다양성주간' 행사의 하나로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한국 영화의 포용성 지표 개발 및 정책방안 연구'(이하 '포용성 연구') 중간 발표가 이뤄졌다.
포용성 연구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극장 개봉영화 실질 개봉작 기준 일반영화와 독립·예술영화 흥행 상위 40%,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오리지널 작품 총 446편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김선아 책임연구원(영상예술학 박사), 조혜영 연구원(영화평론가) 등이 참여했다.
이번 다양성 통계에서는 인구통계 대비 영화 속 재현비율을 주인공(제1 주인공)을 기준으로 지역, 성별, 연령, 비한국인, 장애인, 성소수자 등으로 각각 나눠 비교했다.
그러나 '부산 및 경상도 지역'은 인구 비율은 24.7%, 영화 속 주인공의 비율은 14.2%로 인구통계 대비 10.5% 더 낮게 재현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통계 대비 주인공의 성별을 비교하면 여전히 여성은 인구통계 대비 11.7% 더 낮게 재현됐으며, 남성은 인구통계 대비 11.7% 더 높게 재현됐다. 전체 분석 대상 영화의 주인공 성별은 여성 38.4%, 남성이 61.6%를 차지했다. 김선아 책임연구원은 "일반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를 다 합쳐도 성별 불균형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연령별로 재현된 비율을 주인공 비교에서도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스크린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40~49세 사이의 연령대의 주인공은 영화에서 25.2%를 차지하며 가장 많이 재현됐고, 60세 이상 연령대는 실제 인구의 25.9%를 차지하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11.2% 밖에 등장하고 있지 않아 가장 적게 재현되고 있는 연령층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인구총조사를 기준으로 한국인과 이주민의 재현비율을 살펴보면, 이주민은 총인구의 3%이며 영화 주인공으로 재현된 비율은 4%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포용성 연구는 여기에는 분석대상 영화에 '랑종'(2021)과 '클레어의 카메라'(2018) 등 외국인 주인공이 포함된 것이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영화 속 다양성 문제에 관해 김 책임연구원은 "영화인들이 느끼는 게 일정한 흥행 공식 속에서 상업영화가 움직이고, 이러한 논리 속에서 다양성 시장이라는 것 자체가 아예 형성이 안 됐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건 '흥행 공식'이란 이름으로 많이 잘려 나간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바꿔내야 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보고서 마무리를 앞두고 진행한 중간 발표로, 최종 연구 보고서는 오는 11월 말 공개될 예정이다. 최종 보고서에는 포용성 지표를 기반으로 작성된 61개의 질문을 토대로 한 통계 분석 외에도 모바일 오픈 서베이, 영화인 15명을 대상으로 한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를 통해 연구를 진행한 결과가 담긴다.
한편 '2022 한국 영화 다양성 주간'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의미와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이 주관하고 한국 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주최하며 오는 22일까지 서울 마포구 홍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