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침수·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파트 지하주차장 ②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아파트지하주차장 사전재해영향성검토·건축심의 (계속) |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짓기 위해서는 아파트 시행사가 기초자치단체에 자연재해대책법에 근거한 사전재해영향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행사들은 용역 업체를 선정해 사전재해영향성 평가를 진행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지자체에 제출한다.
사전재해영향성 평가 보고서는 행정안전부가 고시한 실무지침을 토대로 작성된다. 하지만 강수량 적용 기간 등 침수 대책 관련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위험성을 담은 사전재해영향성평가 보고서는 허술하게 작성될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입주한 광주 서구 한 아파트의 경우 지난 1961년부터 2017년까지 57년간의 평균 강수량을 기준으로 지하주차장 침수 가능성을 판단했다.
하지만 강수량 통계가 50년 이상으로 지나치게 광범위해 2000년대 들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위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아파트 건설업체조차 이 같은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업체 관계자는 "80년도 기준으로 보면 강수량은 80~100mm로 측정된다"며 "하지만 최근 게릴라성 호우로 110~120mm 정도로 비가 온다"고 말했다.
또 건축될 아파트에서 가장 가까운 관측소의 강수량 통계를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일부 보고서에는 전혀 관련 없는 관측소의 강수량 통계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재해영향성평가 보고서 제출 이전에 진행되는 건축심의도 문제다. 건축 심의 기준이 지자체마다 다른 상황에서 현재 광주시공동주택 건축심의기준에는 침수 피해와 관련한 규정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건축 심의위원들이 침수 관련한 의견을 자의적으로 제시하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 한 구청 관계자는 "법적인 사항이 아니면 지적하기 어렵다"며 "침수가 됐던 지역이라며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에 그친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부산시는 공동주택 건축심의기준에 침수에 따른 2차 사고 예방 대책을 검토하도록 명시하고 저류조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부산시는 지하층 입구에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한 것은 물론 배수펌프용 스위치와 발전기실, 전기실 등을 지상층에 설치할 것을 권고해 광주시와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례로 규정되지 않는 부분은 운영 세칙을 통해 기준을 세우고 있다"며 "설계를 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도, 허가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도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절차대로 심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