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차 경찰관인 김 경위는 2017년부터 부천오정경찰서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자신의 그림을 걸고 있다. 주말 동안 작품을 그리고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새 그림으로 교체한다.
김 경위는 어느날 문득 매일 아침마다 보는 게시물이 획일적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일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단 몇 초 만이라도 동료들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 경위는 "경찰서는 사건 사고를 책임지는 곳이기 때문에 항상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근무할 수 밖에 없다"며 "동료들이 제 그림을 보고 '피식' 웃고 조금이라도 긴장을 푼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했다.
실제 김 경위는 책 속 문장과 유머,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아이템으로 활용한다. '왜 나온 거니, 안 불렀는데'(하상욱 단편시집 中 '배')라는 시에서 영감을 얻고, 볼록 튀어나온 배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을 그리기도 했다. 김 경위는 이 그림을 경찰서장에게 선물했다.
김 경위는 5년 동안 꾸준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건 가족의 힘도 크다고 말한다. 미술이 취미인 초등학생 딸의 모습에서 호기심을 느껴서 그림을 시작했고, 남편의 열정적인 응원도 있었다.
어느새 김 경위의 월요일 전시는 '주례 행사'가 됐다. 김 경위 그림은 매주 경찰서 내부망에 공유되고, 업무용 PC 바탕화면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새 그림을 업로드 할때마다 김 경위는 동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그런데 같은 그림을 보고도 느낀 점은 제각각이다. 김 경위는 "유머스럽게 그린 그림을 본 동료가 연락이 와서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떤 반응이든 동료들의 피드백은 제게 든든한 힘이 된다"고 말했다.
5년 동안 그림을 그린 그에게 5년 뒤 목표는 무엇일까. 김 경위는 '타인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경찰서에선 안타까운 사건을 많이 접하는데 우리 사회가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가 됐으면 해요. 그래서 심리학 대학원도 다녔는데 제가 필요한 곳이면 강의든 상담이든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