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北에 '현금 마련책' 제안 정황…"쌍방울 내의 中서 되팔아"

'北 리호남 발언' 담긴 국정원 문건 입수
이화영, 북한에 '쌍방울 내의' 제안 정황
인도적 지원 가장한 '현금화' 방안도 나와
"중국 창고 입고후 재판매해 자금 만들어"
대북제재 위반 소지…檢 수사 확대하나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경기도와 민간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가 대북교류행사를 공동 주최한 직후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북측에 쌍방울그룹 내의 등 현물을 제공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이 전 부지사는 이 과정에서 북측에 현물을 되팔아 현금화하는 방식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형은 인도적 지원을 띄었지만 사실상 북한의 자금 마련을 물밑에서 거들려 한 셈이다. 대북제재 위반 소지는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에 우려하는 인도적 지원의 '전용'(轉用)을 남측 고위 공무원이 먼저 제안한 정황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국가정보원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측과 인도적 물자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민경련은 북한의 대남 민간부문 경제협력을 전담하는 단체다.

국정원 문건은 남측 인사가 북측 민경련 소속 공작원 리호남과 만나 나눈 주요 대화들을 정리한 요약본이다. 리호남은 영화 '공작' 속 북한 고위급 인사 '리명운'의 실제 모델이다.

문건에서 리호남은 남측 인사에게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 내의를 북측에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은 "경기도가 아태협과 대북교류행사를 공동 주최할 때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내려왔는데, 이 전 부지사가 그 대가로 북측에 쌍방울 내의를 주려고 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와 아태협은 2018년 11월 14일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 5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쌍방울은 당시 아태협을 후원하는 형식으로 경기도의 모자란 예산 수억원을 이른바 '우회 지원'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8년 6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약 7년간 쌍방울의 고문과 사외이사를 지냈다.

국정원 문건에는 이화영 전 부지사가 북측에 현금화 수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내용도 담겨있다. 리호남은 문건에서 "이화영이 쌍방울 내의 등을 인도적 지원 물자로 북측에 제공하면서 중국 보세창고에 입고 후 이를 중국에서 재판매하여 자금을 만들어주는 제안을 했었다"고 밝혔다.

앞서의 소식통은 "당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제안한 쌍방울 내의는 수십만장에 달하고, 창고는 중국 단둥 지역에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문건에 드러난 대로 이 전 부지사가 북측에 인도적 지원 물자의 현금화 방안을 제안했다면 명백한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에 대량의 현금 유입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인도적 지원 물자 전용·악용은 국제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우려 중의 하나다. 이를 한국의 고위 공무원이 북측에 먼저 제시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각국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만 이같은 제안은 북측의 거부로 실제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쌍방울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 소식을 띄워 주가를 인위로 부양한 뒤 그 이익을 북측과 나눠 갖기로 한 정황을 보도했다. 광물자원 개발을 대가로 북한에 1천만달러 상당 물품을 약속한 의혹도 드러났다.

여기에 북측에 구체적인 현금화 수법까지 제안한 국정원 문건 내용이 확인되면서 쌍방울의 대북사업 위법 정황은 계속해서 짙어지는 모양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도우면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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