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와 경주시가 4억 7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뮤지컬이 상표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최근 수년 간 13억 원 이상의 예산을 두 기관으로부터 받아온 것으로 드러나 특혜성 지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뮤지컬 제작사인 '뮤지컬 컴퍼니A'는 5억 2천만 원을 들여 뮤지컬 '풍월주의 50찬'을 제작하겠다며 지난해 경북도와 경주시에 보조금을 신청했다.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를 위해 신라문화를 보여주는 뮤지컬을 제작해 경북도청과 경주예술의 전당에서 4차례씩 공연을 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경북도는 2억3500만원의 보조금을 편성했지만, 경주시는 지난해 12월 시의회가 소모성 예산이라며 전액을 삭감했다가 올해 8월 추경을 통해 겨우 통과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이후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이미 '풍월주의 50찬'이라는 식품 브랜드를 개발해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완료한 경주지역 향토음식사업자가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선 것.
사업자의 상표권 침해 공문을 접수한 경주시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경주시 보조금 2억3500만원의 절반은 이미 9월 초에 지급한 상황이었다.
사태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뮤지컬 제작사는 제목을 '풍월주의 50찬'에서 '풍월주 김유신'으로 바꿔 제작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경주시에 알려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경주시지역위원회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뮤지컬 제작에 4억7천만원의 예산을 지급하는 것은 '특혜성 지원'이라고 비판하며 보조금 지원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경북도와 경주시가 수년 동안 이 업체에만 13억 3천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며 이는 특정 인물이 만든 회사를 위한 특혜성 지원으로 밖에 볼 수 없으며 유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뮤지컬 컴퍼니A'의 대표는 전 MBC사장 A씨이다.
이어 상표권 침해 논란을 빚은 제작사의 비정상적 행태에도 경주시는 별다른 고민 없이 재신청을 받아줬고, 시의회는 전액 삭감한 예산을 다시 통과시켰다며 이에 대한 과정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번 공연이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유치'에 도움이 될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연의 품질이 검증되지도 않은데다 경북도청과 경주에서 4차례만 실시하는 '집안 잔치' 성격의 일회성 공연이 정상회의 유치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민주당 한영태 경주시당위원장은 "검증되지 않은 뮤지컬 제작을 위해 특정 업체에 APEC 정상회의 유치 명목으로 4억 7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한 건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행동"이라며 "경주시는 뮤지컬 예산을 처음부터 다시 심사하고 특혜 논란도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북도에서 매칭(절반씩 부담) 방식으로 예산이 내려와 시 입장에서는 추경에 올려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특혜는 말이 안 된다. 경북도와 협의해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