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왜 또 이러니, 연임이 코앞인데…."
할머니(나문희)의 소원 아래 진실만을 말할 입을 강제로 장착하게 되며 거짓된 사람들과 세상에는 강력한 한 방을, 관객들에게는 강력한 웃음을 전했던 주상숙이 다시 돌아왔다. '진실의 주둥이' 사건 이후 4선에 실패한 주상숙은 고향인 강원도로 돌아가 몸을 낮춘 채 호시탐탐 정계 복귀 타이밍만을 재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온 우주가 그녀를 돕기라도 하듯 바다에 빠진 청년을 구하면서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서 주상숙은 강원도지사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나날이 높아지는 명성 등 모든 것이 완벽해진 그 순간, 잊고 지냈던 '진실의 주둥이'가 다시 한번 주상숙을 찾아온다.
코미디 영화 '최초'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라미란이 다시금 주상숙으로 변신했다. 진실한 그의 입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고, 국회에서 강원도청 수장이 된 주상숙은 여전히 더 높은 곳을 향한 열망과 자신 안에 내재된 선한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도 결국 비리 척결에 나서 통쾌함을 선사한다. 변함없으면서도 모두가 기다렸던 주상숙의 귀환이다.
지난달 '정직한 후보 2'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라미란은 '라미란'과 '주상숙'의 경계를 오가며 차분한 듯 재치 가득한 답변으로 인터뷰를 가득 채웠다. 라미란의 한켠을 가득 채운 '웃음통'이 주상숙을 완성했음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원숙미 더한 주상숙의 화려한 귀환
▷ '진실의 주둥이'라는 전편과 동일한 설정을 갖고 가는 후속편인 만큼 주상숙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부담은 없었나?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나?
나는 오히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세계관과 인물이 있어서 훨씬 편하고 좋았다. 내게 1편은 부담보다는 약이 됐다. 그리고 2편에서는 박희철(김무열)이라는 캐릭터가 주둥이 조력자로 와주니까 그런 부담을 나누어질 수도 있고 핑계도 댈 수 있었다.
▷ 말한 대로 이번에는 박희철이 또 다른 '진실의 주둥이'로 나온다. 그래서 실제로 부담을 많이 덜었나?
걔가 좀 많이 올라오긴 했는데, 아직은 멀었다.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웃음) 사실 내가 주인공이어서 1편도 그랬고 2편도 분량이 너무 많다. 거의 98~99퍼센트가 내 분량이라 찍을 것도 너무 많았다. 그리고 사실 같이하는 배우들, 한 번 나오는 단역이어도 그런 배우들이 다 살아야 이 작품이 전체적으로 좋아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의 몫을 가져간 김무열 배우가 잘 해줘서 부담을 덜게 됐지, 안 그랬으면 어렵고 힘들었을 거다. 결국 모든 앙상블이 다 톱니바퀴처럼 작은 구멍에 들어갈 하나의 피스도 잘 맞아야 전체적으로 좋은 작품이 나온다. (박희철 캐릭터가) 가져갈 만큼 더 가져가도 되고, 나중에 3편은 혼자 해도 되고 아무 상관 없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잘했다는 거니까 (김무열에게) 밥을 사줘야겠다.(웃음)
▷ 주상숙의 주 무대가 입법부(국회의원)에서 행정부(강원도지사)로 옮겨왔다. 그리고 업무적인 조력자가 주둥이 조력자가 됐다. 이러한 상황적인 변화에 따라 주상숙 캐릭터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
일단 업무가 바뀌고 포지션이 바뀌었다. 주상숙이라는 사람은 같지만 그가 처한 환경이 주변이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서 찾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1편 때도 주상숙은 못된 면이 있었다. 그게 조금 더 극대화되고, 박희철까지 합세해서 쌍으로 주둥이가 오니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주둥이 경력자이자 여러 노하우를 가진 내가 박희철을 캄 다운(진정)시켜줘야 했다.
주상숙이 그런 신선도면에서는 떨어졌지만, 대신 원숙미가 더해졌다. 박희철이 (주둥이) 신생아가 됐는데, 이건 을의 반란이다. 김무열 배우가 사석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을이 갑한테 하는 것처럼 시원했다는 거다. 내가 "너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니?" 물었더니 "누나, 당연하지"라고 했다. 희철이가 내 뒤치다꺼리 하면서 힘들었나 보다.(웃음)
▷ 주상숙의 욕심통이 커질수록 가발도 커지는 것 같았다.
내 욕망의 상징이다. 1편에서는 전형적인 여성 정치인의 모습이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대부분 숏컷 정도 길이의 머리 스타일이 대부분이었다. 원래 주상숙은 그런 모습이 싫은데, 코스프레하기 위해 가발을 썼다는 설정이었다. 이번에는 욕망의 강도를 외형적인 부분에서도 아예 대놓고 보여주기로 했다. 정직하게 도지사 일을 할 때는 머리를 단정하게 묶지만, 점점 욕심통이 커지며 흑화됐을 때는 가발에 한껏 욕심을 넣어보기로 했다.
열려 있는 현장이 만들어낸 주상숙의 리얼 코미디
▷ 많이 열려 있는 현장이라고 들었다.
청와대에서 춤추는 신도 짜인 게 없었다. 연임에 눈이 멀어 신이 나서 추는 춤이었다. 그리고 결혼식 축사 장면도 버전을 되게 많이 뒀다. '영광굴비' 외에도 다른 게 많았는데, 사실 그 장면이 제일 힘들었다. 거짓말을 못 하게 된 후 처음 간 공식 행사였다. 읽어야 할 축사 내용은 쓰여 있는데, 그걸 어떻게 재밌게 할까 생각했다. 준비를 해가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나오는 대로 하는 거다. 그래서 테이크를 많이 갔다.
▷ 감독이 열어주는 만큼 현장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나?
해야 한다. 벌써 입금은 됐고, 어떻게든 해야 하는 거다.(웃음) 나도 그냥 주상숙에게 맡기는 거다. 어떻게 미리 준비해 갈 수가 없다. 그냥 현장에서 맞닥뜨리면서 여러 시도를 해보는 거다.
▷ 전편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같은 역할로 만나다 보니 연기할 때 더욱 편해졌을 것 같다.
남편보다 (윤)경호씨를 더 많이 봤다.(웃음) (김)무열씨도 마찬가지고. 여기('정직한 후보' 현장) 오면 친정에 온 거 같은, 집에 온 거 같은 편안함이 있다. 긴장되거나 경직된 거보다 현장에 오는 것 자체가 되게 편하다. 감독님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상의한다. 정말 명절 때 모인 가족처럼 이야기하다가 하고 같이 찍고 밥도 같이 먹고, 그런 게 되게 큰 거 같다.
▷ 국회의원을 거쳐 강원도지사를 지나 통일부 장관까지 했다. 3편을 기대해 봐도 될까?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다'라는 뜻)이라 잘 몰랐는데 할 게 많더라. 장관도 있고, 대사도 있고, 다른 직군도 가능할 거 같다.(웃음)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