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7억' 기상관측차량 1년 282일 주차장에…'尹취임식'에는 왜?

기상관측차량. 기상청 유튜브 캡처

기상예보·특보 강화를 위해 약 7억원의 예산을 쓰여 도입된 기상청 기상관측차량이 1년에 평균 282일(77.4%) 동안 운영 없이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 '힌남노' 때는 주차장에 있던 차량이 대통령 취임식과 등 각종 행사·의전에 상당 부분 사용돼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내년 도입 예정 차량까지 합치면 투입되는 예산은 총 15억원에 달한다.

평균 운영률 22.6%…수도권 재난대응에는 단 사흘 활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위원(서울 구로을)이 30일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상청 기상관측차량 운영 배치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기상관측차량의 평균 운영률은 22.6%에 불과했다.

수도권기상청과 대전지방기상청이 1대씩 도입했던 지난해 평균 운영률은 13.3%에 불과했다. 부산지방기상청과 광주지방기상청은 같은 해 12월 차량을 도입했으나 도입 후 30일간 운영하지도 않았다. 올해(9월15일 기준)의 경우 수도권청과 대전청은 각각 19.4%와 29.5%, 부산청과 광주청은 각각 19.4%, 43.8%의 운영률을 보여 차량 4대의 평균은 28%에 불과하다.

'힌남노' 때는 주차장에…尹취임식·드라마 촬영에는 활용돼


기상관측차량. 기상청 블로그 캡처

낮은 운영률뿐만 아니라 차량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 홍보·의전용 운영 내역도 드러났다. 당초 기상청은 기상관측차량을 "위험기상 현장의 입체 관측으로 예·특보 지원을 강화하고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국민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상관측'에 활용한 운영 비율은 평균 52%, '재난대응'에 활용된 경우도 평균 7%에 불과했다. 특히 수도권청의 경우 재난대응에 활용한 날짜는 단 사흘이었다.

특히 올해 9월 태풍 '힌남노' 상륙 당시 태풍 관련 특별관측을 했던 곳은 광주청 차량 1대에 불과했다. 수도권청, 대전청, 부산청은 운영 내역이 없다. 지난해 9월 강력 규모의 태풍 '찬투'가 제주도와 남부 지역에 상륙한 당시에도 수도권청과 대전청 기상관측차량은 운용 기록이 전무하다.

반면 재난대응보다 높은 비율로 홍보행사(12%)에 동원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있던 5월10일 전에는 같은달 2일부터 9일 동안 행사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 국가행사인 만큼 행사장 주변에 강수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기상청 측의 해명이다.

이밖에 △드라마 촬영지원(21년10월29~11월2일 5일간) △어린이과학대공원 행사지원 (8월17일~21일 5일간) △대구쿨산업전 행사지원(21년7월20일~23일·22년7월5일~8일 총 8일간) 등 홍보나 행사지원에도 다수 운영됐다.

기상청 유튜브 캡처

기상청은 내년까지 총 15억 3000만 원을 투입해 기상관측차량을 총 9대 구비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까지 강원지방기상청과 대구지방기상청에 각각 1대씩 추가 도입하고 내년에는 제주지방기상청과 전주지방기상청, 청주지방기상청 3곳에 총 3대의 차량을 도입한다. 1대 도입할 때마다 1억 7000만 원의 예산이 든다.

윤 의원은 "국민 세금을 들여 구입한 기상관측차량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며 "내년까지 투입될 예산이 총 15억 3천만 원에 달하는 만큼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한 자체 점검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상청 측은 "운영 일수가 아닌 인력의 근무시간 측면에서 보면 상당 시간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며 "계획을 수립하는 준비 단계뿐만 아니라 운영 전후 정비 기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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