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주둥이'로 전 국민을 웃겼던 주상숙이 돌아왔다. 부패한 정치인의 입을 통해 나오는 진실을 통해 풍자와 웃음을 안기고, 타락한 정치인과 그들의 비리를 통쾌하게 파헤쳐 대리만족을 안겼던 '정직한 후보'는 이번에도 자신이 가진 매력을 살리되 또 다른 요소들로 다시 한번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떨어지며 쫄딱 망한 백수가 된 주상숙(라미란)은 우연히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 일이 뉴스를 타며 고향에서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정직하면 할수록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지지율 앞에 다시 뻥쟁이로 돌아간 그 순간, 주상숙에게 운명처럼 '진실의 주둥이'가 다시 찾아온다. 이번엔 주상숙의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까지 주둥이가 쌍으로 털리게 된다.
'정직한 후보' 시리즈의 재미는 캐릭터와 캐릭터 간 관계, '말맛'이 있는 대사, 사회와 정치 현실에 대한 풍자 그리고 현실에서 보기 힘든 권선징악 정의구현의 결말에 있다. '정직한 후보 2'는 전편이 가진 이러한 미덕을 살리되, 전편에서부터 이어지는 설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몇 가지 다른 설정을 가져온다.
'정직한 후보 2'는 '정치인 주상숙'으로서의 탄성력과 '인간 주상숙'으로서의 항상성이 공존하는 영화다. 주상숙은 1편을 통해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 시작 '정치인'에 대한 속성에 관해 이야기한 것처럼 다시 원래의 상태, 즉 권력에 대한 욕심을 가진 상태로 돌아가려는 것마냥 부패 정치인의 모습을 보인다.
'진실의 주둥이'가 가질 수 있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한 자, 개과천선한 자도 다시 권력욕에 불타오르게 만드는 정치판의 일면을 주상숙의 재타락을 통해 보여준다. 타락한 주상숙에게는 당연한 듯 '진실의 주둥이'가 돌아온다. 다만, 전편의 설정이 반복되면서 느껴질 수 있는 피로와 지루함을 타파하고자 또 다른 '진실의 주둥이'를 투입한다.
아무리 착하고 바른 사람 혹은 그런 사람처럼 보이는 인물이라도 누구나 내면에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진심이 있기 마련이다. 그게 더군다나 바른 이미지를 깨고 나오는 적나라한 진심일 경우 이미지가 주는 상반성에 웃음 짓게 된다.
'정직한 후보 2'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여전히 사회 문제를 가져와 보여주면서 동시에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권선징악·정의구현 결말을 통해 대리만족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전편에 이어 이번 영화 또한 전시 행정, 부동산 투기, 쓰레기 시멘트, 환경오염, 언론 플레이, 경제 권력과 정치권력의 결탁으로 인해 빚어진 비리 문제,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민들의 모습 등 현실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민생을 위한 정치보다 한 표를 위한, 즉 자신의 정치권력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정치 세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풍자한다. 풍자라고는 하지만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은 영화적 과장이 가미된 리얼리즘에 가까울 정도다.
이러한 씁쓸한 사회 현실에서 주상숙은 비난을 받는 캐릭터이자 이룰 수 없는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캐릭터다. 권력욕에 눈이 멀어 다시금 민심을 등졌지만, 그 안에 가라앉아 있던 선한 인간 주상숙이 다시 정치인 주상숙 밖으로 끌어 올려지며 판타지를 완성한다.
겉과 속이 다른 주상숙과 주변인의 관계, 진실의 입을 얻게 된 후 주상숙과 주변인의 관계 사이 변화가 만드는 '웃지 못할 상황'이 빚어내는 웃음이 이번에는 또 다른 입이 정직하게 터지면서 한 번 더 변화를 보인다.
이러한 캐릭터 관계성을 살려내는 배우들의 케미가 '정직한 후보 2'의 성공을 좌우할 중요한 지점 중 하나이고, 믿고 보는 배우들은 이번에도 열연을 펼쳤다. 코미디 장르는 설정 외에도 대사가 가진 '말맛'을 살려야 하는데 라미란, 김무열, 윤경호 등 전편 배우들에 이어 서현우, 박진주 등 새로 합류한 배우들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정직한 후보 2'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이야기와 재미를 선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해하고 가학적인 웃음과 폭력 가득한 콘텐츠 속에서 소소하지만 마음 편하게 무해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라서 반가움을 더한다.
107분 상영, 9월 28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