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 안정에 총력…수출기업 선물환 대규모 매도 지원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공격적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린 글로벌 강(强)달러 현상 속 정부는 치솟는 원‧달러 환율을 견제하기 위해 시장 심리 안정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는 한편,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정부는 기업 애로를 해소하고, 환율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차원에서 80억 달러(한화 11조 3840억 원) 규모의 조선사 선물환 매도 수요를 시장에서 소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아울러 민간의 해외 금융자산을 국내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수요를 일반 시중은행, 국책은행에서 소화시킬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또 외평기금(외국환평형기금)을 활용해서 (선물환) 수요를 흡수해주고, 그래서 시중에 달러 공급을 더 확대하는 조치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물환은 일정 시점에 외환을 일정 환율로 매매할 것을 약속한 외국환으로, 조선사는 선박 수주 시 향후 받을 수출 대금에 대한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물환을 매도한다. 은행은 이 선물환을 사들이면서 신용거래를 한 것으로 기록하는데, 최근 조선사들은 잇따른 수주에 환율도 상승하면서 정해진 신용거래 한도가 조기에 차버리는 일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원 기자

정부는 이에 따라 은행권에 거래 한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부족할 경우 정부 자금인 외평 기금으로 선물환을 직접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올해 말까지 80억 달러 규모의 조선사 선물환 매도가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인데, 은행은 선물환을 사들이면 달러를 외환시장에 팔기 때문에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민간이 보유 중인 대외 금융자산을 팔고 해당 자금을 국내로 들여올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 금융자산은 2조1235억 달러로, 대외금융부채를 뺀 순대외금융자산만 7441억 달러(한화 1059조 원)에 달한다. 이를 국내로 돌리도록 유도해 원‧달러 환율 안정을 꾀한다는 것이다. 대외 금융자산은 해외투자가 유행하면서 그 규모가 급증한 측면이 큰데, 이 같은 흐름은 달러 수요를 높여 원‧달러 환율을 자극하는 요인으로도 거론됐다.
 
한편 추 부총리는 "과거 외환위기 때에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약 2000억불 수준이었는데, 지금 현재는 4300억불이 넘어 세계 9위 규모"라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데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의 상황은 주요국 통화와 원화의 약세 현상이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같이 가고 있다"고 했다. 달러의 강세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며, 과거에 비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도 튼튼하다는 얘기다.
 
류영주 기자

추 부총리는 이어 "정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당국과 긴밀히 협의를 하면서 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과 관련한 양국의 협의 상황을 묻는 질문엔 "우리나라는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대외 건전성 장치들이 굉장히 튼튼하기 때문에 (향후) 필요할 때 유동성 공급 장치를 활용하자는 정도"라며 "미국도 상황을 좀 보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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