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당직이 잦기 때문에 누구 하나 분위기 해치면 안 되니까 열심히 하는 사람들만 배치했는데도 지금 작년 배치된 8명 중 2명이 벌써 다른 부서로 갔다. 다들 너무 힘드니까 도망간다. 전문성이 생명인데 갖출 시간이 없다."
작년까지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으로 근무했다는 A씨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가장 큰 문제를 '인력 부족'으로 꼽았다.
A씨는 "작년에 (1년 간) 800건 정도의 사건을 맡았고, 직원 8명이서 1인당 100건 정도 맡았었다"며 "(제도 도입 초기) 직원 혼자서 24시간 초인처럼 일한다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이라 기존에 업무 맡았던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계류 기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2020년 3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해 10월부터 시행된 제도다. 이들은 아동학대 사건을 국가가 전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존 민간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행하던 현장 출동 등 초동 조치를 맡아 수행한다. 조사 결과는 추후 경찰 조사에 적극 활용된다.
그러나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내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숫자는 여전히 복지부의 권고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의심사례 50건 당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1명을 배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자치구별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현황(현재 기준) 및 1인당 담당 건수(지난해 말 기준)'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가운데 6곳을 제외한 19구가 1인당 50건 이상의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권고 기준의 2배를 훌쩍 뛰어넘은 지역도 있다. 노원구의 경우 전담공무원 1인당 111건의 의심사례를 맡아 처리했다. 2020년 '정인이 사건'이 발생했던 양천구도 1인당 103건의 의심 사례를 조사했다.
취재진이 접촉한 전·현직 아동학대 전담공무원들은 보다 더 전문적인 조사 및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선 인력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조사량이 권고 기준의 2배에 가까운 구에서 근무하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B씨는 "유난히 건수가 많은 구들을 나쁘게만 볼 건 아니고 발굴이 많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럴수록 인력이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들어서는 가정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직접 112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들 또한 정서적 학대로 인정받는 추세다"며 "문제는 정서적 학대의 경우 더 면밀히 봐야 하고 조사 내용을 모두 정리해 구, 경찰에 최종 보고해야 하는데 이에 엄청난 업무량이 수반된다. 인력 없으면 격무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그러다 보면 학대 정황을 놓치는 등 미진한 부분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전담공무원 업무를 그만뒀다는 A씨 또한 "3교대 등 교대 근무 체계가 아니다 보니 직원 모두가 밤에 자다가도 전화오면 출동해야하고 이 시스템을 이끄는 것 자체가 부담감이 컸다"며 "격무로 인한 성과나 보상은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 결국 몸이 안 좋아져 그만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동 조치를 담당하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업무 부담이 늘 경우 물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정서적 학대 등 정황을 놓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인력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담당해야 할 사례 수가 (일정 기준 이상으로) 많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절대적인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나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러다보면 (학대 정황을) 놓치게 되고 그 안에서 피해 입는 아이가 생기고 그러면 또 처벌받게 되고 징계 받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한정된 인원으로 인한 격무에 잘못 판단할 경우 징계를 받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2020년 10월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쭉 근무해온 공무원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을 할 이유가 없다. 인력 확충 등 제도 개선이 없는 한 악순환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또한 "인력 확충의 경우 결국 지자체 직제다보니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수가 결정되는 실정이다"며 "지자체 이상의 행안부 등 정부기관에서 인력을 직접 관리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 직제다 보니 전담공무원 수를 늘리면 다른 정원을 못늘린다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해 복지직 인력은 항상 뒤쳐져 왔다"며 "보건복지부가 1인당 담당 건수를 권고 기준으로만 둘게 아니라 강제 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 업무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