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큰 도박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푸틴 대통령이 던진 승부수는 △예비군 동원령 △병합 주민투표 △핵무기 등이 거론된다. 가장 핵심은 핵무기다. 역사적으로 핵무기는 '자위력'의 상징이다.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으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명분은 만들었다…'핵무기' 만지작
러시아 입장에서는 명분도 쌓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장악한 4개 지역에서 23일(현지시간)부터 주민투표가 시작됐다.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할지 묻는다. 이미 투표율과 지지율은 결정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를 병합할 당시에도 '독립' 지지율은 97%에 달했다.
러시아가 이들 지역을 병합한다면, 우크라이나는 영토의 15%를 잃는다. 최근 빠르게 러시아에 빼앗긴 땅을 되찾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이들 지역에 대한 탈환을 포기하지 않았다. 즉 러시아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침공'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러시아의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한 푸틴 대통령. 핵무기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이른바 '벼랑 끝 전술'로 풀이된다. 유럽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우리는 허풍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푸틴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동원령 후폭풍…고위층 아들의 '아빠찬스'
물론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갈등이 커지고 있다.
30만 명의 예비군 동원령이 원인이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38개 도시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우리의 아버지, 형제, 남편들을 전쟁의 희생양으로 내몰 수 없다는 목소리다.
반정부 시위 징역 15년, 전투 거부 병사에 징역 10년 등 '법치'를 내세워 시민들을 몰아세우고 있지만, 이번 반전 시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발생했다.
무비자로 러시아를 떠날 수 있는 튀르키예와 우즈베키스탄,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의 직항편은 모두 팔렸다. 항공권의 편도 요금도 일주일 전보다 3배 이상 치솟았다.
온라인에서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등 징병을 피하기 위한 방법 검색이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결정타도 나왔다. '푸틴의 입'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아들이 모스크바 병무청이라고 속인 징집 전화를 받자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사실상 '아빠 찬스'를 거론한 것이 반정부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겨울이 온다…푸틴의 시계는 흐른다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나치 독일의 히틀러 모두 러시아 원정에 나섰지만 '겨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수성전을 펼치는 러시아에 겨울은 든든한 동맹이다. 북반구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알고 있는 복수의 러시아 소식통들이 로이터통신에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는 원유가 50%, 천연가스가 40%에 달한다.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을 줄이자,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1970~198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이미 내부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를 놓고 이견이 생기면서 미국과 유럽의 동맹에 균열 조짐이 드러났다.
세계은행은 내년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져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개발도상국 경제에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여기에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는 안갯속이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 핵합의도 재협상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에 맞설 돌파구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또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합의의 연장 가능성도 어둡다. 지난 7월 UN(국제연합)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우크라이나가 합의한 곡물 수출 시한은 11월 끝난다.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 카드도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