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뒤 암매장' 실미도 공작원 4명, 진실규명 "부당한 국가권력"

북한 침투작전 목표로 창설된 '실미도 부대'
실미도 탈출 후 서울 진입…4명만 살아남아
공군, 가족에게 통보 없이 사형…이후 암매장
진실화해위 "중대한 인권침해…유가족에 사과해야"

진실화해위가 추정한 실미도 공작원 유해 매장지. 연합뉴스

살아남은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을 사형한 뒤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암매장한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이 이뤄졌다.

21일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전날 제41차 위원회를 열고 '실미도 부대 공작원 유해 암매장 사건'에 대해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에 대해 공군 부대에서 사형을 집행하며 가족이나 친척에게 사형 집행을 통지하지 않고, 사형이 집행된 이후에도 시신을 인도하지 않은 채 임의로 암매장한 사건이다.

실미도 부대는 1968년 4월 1일 중앙정보부와 공군 주도로 북한 침투작전을 목표로 창설됐다. 실미도 부대 소속 31명의 공작원은 민간에서 모집돼 3년 4개월 동안 군사 훈련을 받았고, 훈련 과정에서 7명이 사망했다.

이후 24명의 공작원은 1971년 8월 23일 공군 기간요원 18명을 살해한 뒤 실미도를 탈출했다. 탈출 과정에서 공작원 2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나머지 22명의 공작원은 버스를 탈취해 서울 진입을 시도했고, 군·경과의 총격 도중 18명이 사망했다. 당시 경찰 2명과 민간인 6명도 희생됐다. 살아남은 4명의 공작원은 사형됐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이들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가족관계와 주소 등을 진술했지만, 공군은 사형 집행을 가족 또는 친지에게 통지하지 않았다. 사형 집행 이후에는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하지 않고 암매장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공작원 4명의 사형 집행 통지 및 시신 인도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당시 '군행형법'과 '군행형법시행령'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불법행위가 유족들이 현재까지도 시신을 인도받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고, 이는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특히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공작원 4명의 유해 매장지로 '서울시립승화원 벽제리 묘지'가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공작원 4명의 유해 암매장에 대한 위법성 및 유해 매장지가 규명됐으므로 국가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공작원과 그 유족의 피해 구제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연합뉴스

진실화해위는 "국방부는 공작원 4명의 유해가 가족에게 인도될 때까지 유해 발굴과 유해 매장지에 대한 조사 활동을 지속하고 유해 발굴 시 유족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공작원의 유해가 안치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실행하도록 조사하라"고 권고했다. 또 실미도 사건의 모든 희생자를 위해 적절한 장소에 기림비를 설치할 것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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