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를 맞아 정부가 1주택자인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예상과 달리 별 인기를 끌지 못하는 모습이다.
19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신청 접수를 시작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 동안 안심전환대출은 전국적으로 5105건, 4900억원에 그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높은 관심을 보였던 지난 정책 금융 사례들을 참고해 영업점 인력을 늘리는 등 대비했는데 생각보다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이같이 저조한 것은 금리 인하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데다 조건도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준고정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금리는 연 3.70~4.00% 수준으로, 금리를 약 1%p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부부 합산 소득 7천만원 이하, 주택 가격(시세 기준) 4억원 이하인 1주택자라면 신청이 가능하다. 우대형은 주택가격 3억원 이하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안심전환대출을 내놨는데, 이 당시 한도로 설정됐던 20조원이 출시 나흘여만에 소진된 바 있다. 2019년에 실시된 안심전환대출 때도 공급한도 20조원의 3.5배에 달하는 총 73조 9253억원의 신청이 몰렸고, 첫 날 신청액만 1조원을 넘었다.
이번 안심전환대출 한도가 25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청 첫 날인 15일 2406건, 이틀 누적 합계 5105건이라는 신청 접수 건수는 저조한 편이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에는 출생연도별 5부제가 운영, 비대면 신청 가능 등 특성을 감안해도 수요가 예상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우선 금리 불확실성이 선뜻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혼합형 주담대를 받은 회사원 A(38)씨는 "올해 금리가 갑자기 폭등하고 있는 것처럼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내년에는 내려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안심전환대출 신청하는 것이 유리할지 감을 못 잡겠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가 얼마나 뛸지, 혹은 낮아질지 대출자로서는 예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주택금융공사는 "변동금리대출 이용자 중 아직 금리조정주기가 도래하지 않은 고객은 높아진 대출금리를 체감하지 못할 수 있으나, 향후 적용될 금리를 확인하고 안심전환대출 이용 기회를 적극 활용해 볼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부부 합산 소득 7천만 원 이하, 주택 시세 4억원 이하 1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는 제한조건도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달 15일부터 30일까지는 3억원 이하 주택보유자만 신청할 수 있고 4억원 이하 주택소유자는 다음달 6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4억원 이하 주택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원성이 쏟아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6200만원,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2100만원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거주자 중 신청 자격 자체를 갖춘 차주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경기도 김포에 거주하는 김모(42)씨는 "서울에 있는 집도 아닌데 4억원이 약간 넘는다는 이유로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내가 서민이 아니라면 누가 서민인가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에서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 인근 은행 영업점도 안심전환대출 관련 방문 고객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보다 지방을 위주로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