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900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구(舊)청와대 영빈관 격인 신축 부속시설 건립을 추진하면서, 용산 이전을 놓고 뜨거웠던 논란이 2라운드로 번지는 모양새다.
영빈관 이전이 다시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건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유재산관리기금 2022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기재부가 외빈 접견과 각종 행사 지원을 위한 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 신축 사업에 2년간 총 878억 6300만 원의 사업비를 편성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사업 목적에 대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외빈 접견 및 각종 행사 지원 등을 위한 주요 부속시설을 신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국빈 행사장인 영빈관을 새롭게 신축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3월 대통령실 이전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외국 귀빈을 만약에 모셔야 되는 일이 생긴다 그러면, 우리 공원은 개방하더라도 이 건물(청와대 영빈관)은 저녁에 국빈 만찬 같은 거 할 때 쓸 수 있지 않겠나"라며 영빈관을 계속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축 예산 논란이 불거지자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6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 회의에서 "참으로 개탄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호언장담한 대통령실 이전 비용 496억원은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오천만 국민 앞에서 양말 뒤집듯 거짓말한 것을 제대로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도 "영빈관 짓는데 878억원이면 수재민 1만가구에게 약 1천만원씩 줄 수 있는 돈 아닌가"라며 "국민은 물가로, 일자리로 온갖 고통을 받는 데 몇 년 걸릴지도 모르고, 현재 대통령이 입주할지도 모르는 데 뭐가 급하다고 1천억원 예산을 퍼붓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야당 지적대로 윤 대통령이 당초 공언했던 집무실 이전 비용은 496억원. 하지만 한병도 의원은 지난 1일에도 "국방부·행안부·경찰청 3곳에서 306억원을 이전시켜 추가로 배당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합동참모본부 이전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용산 집무실 이전과 영빈관 신축에 대략 1680여억원이 소요되는 셈이 된다.
영빈관 신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건 예산 문제뿐만이 아니다. 대선 당시 김건희 여사가 영빈관 이전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녹취록도 다시 화제가 되고 있어서다.
지난 1월 공개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김 여사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아는 도사 중에 총장님이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 근데 그 사람이 청와대 들어가자마자 영빈관을 옮겨야 된다고 하더라고"라는 질문에 김 여사는 "응 옮길 거야"라고 답한 바 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해당 녹취 내용에 대해 지난 1월 17일 '불교리더스포럼 제5기 출범식'에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사적인 그런 대화"라고 일축했다.
이에 같은달 24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에 들어가면 무속적 근거로 영빈관을 옮길 거라는 말도 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내외를 둘러싼 무속 논란은 대선을 전후해 끊이질 않아왔다. 지난해 10월 1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방송토론회에서 손바닥의 '왕'(王)자 포착돼 구설을 낳았고, 지난 2월 15일엔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김건희 여사가 주관한 행사에 무속인이 엽기 굿판을 벌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 멘토' 논란을 샀던 천공이 지난 2018년 8월 16일 영상을 통해 "용산 미군부지를 용산 공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실도 회자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빈관 신축 논란에 대해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고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한 뒤 내외빈 행사를 국방컨벤션센터 등에서 열었으나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며 "이에 부속시설 신설 필요성을 국회에 제안한 것"이라고 언론에 공지했다.
이어 "예산안의 최종 결정권은 국회에 있다"며 "예산안이 확정되면 관련 비용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