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의 완만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다가오는 동절기와 맞물려 인플루엔자(계절독감)와 코로나19의 '동시유행'이 예년보다 유력하게 전망되고 있다. 올 상반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대면접촉이 늘어나고 방역수칙 준수가 자율에 맡겨진 탓이다.
양쪽 모두 발열성 호흡기 질환이지만, 접종·치료제가 엄연히 구별되는 감염병이란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방역당국은 독감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내주부터 본격적인 예방접종에 들어갈 예정이다. 관련 정보를 Q&A로 정리했다.
Q. '인플루엔자'라 부르는 계절독감과 코로나19는 어떻게 다른가.
A: 기본적으로 둘 다 호흡기 감염병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가 일으키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바이러스는 A형과 B형이다. 일반적으로 가을·겨울철 등 동절기에 집중적으로 유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발병 시 고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의 전신 증상과 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 일반 감기나 코로나19와 매우 흡사해 오인하기 쉽다.
코로나19는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의한 감염질환이다. 비말(침방울)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눈·코 등으로 침투하면 전염된단 점에서 감염통로는 독감과 비슷하다. 다만, 코로나19의 임상증상이 무증상부터 경증, 중등증, 폐렴과 호흡곤란까지 이르는 중증까지 조금 더 넓은 스펙트럼을 지녔다고 볼 수도 있다.
또 증상 내용은 대동소이하지만 병의 진행 양상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열부터 시작되는 감기나 코로나19와 달리 독감은 갑자기 38~41도에 이르는 고열, 심한 근육통 등이 관찰된다. 기침과 흉통을 동반한 심한 몸살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율 상 조금 더 '전형적인' 독감 또는 코로나를 상정했을 때의 얘기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지난 14일 "코로나19도 어떤 환자들은 갑자기 열이 나고 몸이 아플 수도 있다"며 "경험적으로 의사들은 (차이점을)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정확성을 기하고, 경험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검사를 해야 된다"고 밝혔다. 독감이든 코로나19든 의심증상이 있을 땐 즉시 의료기관을 내원해야 한다.
Q. 특히 올 겨울 일명 '트윈데믹(twindemic)' 확률이 높다고 보는 이유는.
A: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이후 가속화된 일상회복 기조 영향이 크다. 앞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뒤 2년간은 계절독감이 잠잠했다. 2020~2021년 유행기에도 독감 환자가 소강상태를 보였던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위생수칙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모임인원 및 다중시설의 영업을 제한하는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는 대면 접촉이 줄면서 전파경로 자체가 차단되는 효과도 있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오미크론 정점이 지난 4월 중순부터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됐고, 실내마스크 착용 외 사실상 모든 방역규제가 풀린 상태다. 통상 독감이 발생하지 않는 7월 이후 이례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표본감시의료기관의 감시 결과, 최근 10주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2.4%의 검출률을 기록했고, 모두 A형(H3N2)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플루엔자 감염이 의심되는 의사환자(38도 이상 발열·기침·인후통을 보이는 환자)도 부쩍 늘고 있다. 표본감시 의료기관 2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천 명당 의사환자를 나타내는 독감 의사환자 분율은 지난 7월 첫 주(2.9명)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8월 마지막 주 4.7명까지 올랐다.
이는 유행주의보 발령기준인 '4.9명'에 바짝 근접한 수치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전날 "이번 절기에는 인플루엔자 유행을 보다 빠르게 감지할 수 있도록 지난 3개 절기에 사용되었던 기준인 (외래환자 1천 명당) '5.8(명)'보다 기준을 낮춰 '4.9'를 적용해 인플루엔자 감시체계의 민감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인플루엔자 유행이 없었기에 인구집단 내 자연면역이 낮아져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는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감시체계에서 수집된 호흡기 검체 중 실제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비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지난달 넷째 주 4.2%까지 올랐다가 차주에 2% 아래로 내려갔다.
Q. 그럼 독감 유행을 대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A: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2022~2023절기 독감 예방접종을 시작한다.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어린이 중 독감 백신을 처음으로 맞는 경우가 해당된다. 이들은 1차 접종 4주 후 2회차 접종을 받아야 한다.
그 외 1회 접종 대상자인 어린이들과 임신부는 내달 5일~내년 4월 30일 중 예방접종을 받으면 된다.
고령층은 연령별로 접종시작일에 시차가 있다. 만 75세 이상은 다음 달 12일, 만 70~74세 이상은 같은 달 17일, 만 65~69세 이상은 20일부터 접종이 개시되며 기간은 올해 말일까지다.
접종에 사용되는 백신은 WHO(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4가 백신이다. 접종대상자들은 전국 2만여 곳의 위탁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주소지와 관계없이 무료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Q.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하루에 같이 맞아도 되나.
A: 가능하다. 당국은 두 백신을 함께 맞았을 때 이상반응이 더 늘어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양팔 중 왼팔에 코로나 백신을 맞는다고 하면 오른팔에 독감 백신을 맞는 방식으로 접종하면 된다.
Q. 코로나19 백신이 독감을 막아준다는 얘기도 있던데.
A: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다. 각 백신을 따로 맞아야 2가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Q. 백신 외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 조치는 없나.
A: 독감도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신속한 투약이 치료의 생명이다. 코로나19 먹는치료제인 팍스로비드 등은 증상이 발현된 지 닷새 이내 투여가 원칙이라면 독감은 '48시간 이내' 약이 들어가야 치료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독감 치료에 있어서도 고위험군에 대한 '패스트트랙'을 강조하고 있다.
질병청은 고위험 독감 환자가 항바이러스제를 원활히 처방받을 수 있도록 지난 절기보다 한 달 빠른 10월부터 검사 없이도 치료제 처방 요양급여를 적용한다. 다만, 이달 내 유행주의보가 발령될 경우 즉시 시행한다.
여기서 고위험군은 △만 2주 이상~9세 이하 소아 △임신 또는 출산 2주 이내 산모 △만 65세 이상 △면역저하자 △대사장애 △심장질환 △폐질환 △신장기능장애 환자다.
당국은 발열·호흡기 환자를 진료하는 일선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환자의 코로나19 감염력과 접종력을 반드시 확인하고, 코로나19 또는 인플루엔자로 의심되는 경우 그에 따라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진행해 달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