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0일 유엔(UN)총회 참석차 미국 순방을 앞둔 가운데 총회가 열리는 뉴욕 현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미일(韓美日) 정상회담을 열긴 했지만, 양자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태효 대통령실 안보 1차장은 1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주요국 정상들과 양자회담도 추진 중"이라며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은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국을 거쳐 미국, 캐나다 등을 방문하는 데 대해 "전체 순방 일정 관통하는 3가지 키워드는 윤 대통령이 국내에서 강조했던 '자유'를 글로벌 사회에서 폭넓게 연대하고 '경제안보'를 확충하며 전 분야에서 '기여외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임 문재인 정권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을 놓고 한일 관계가 악화된 점을 고려해,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왔다. 나토 정상회의 당시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소속인 기시다 총리가 소극적으로 임했지만,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만큼 양자회담 가능성이 높아졌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양자회담 의제와 관련해 "양국 정상들 간에 어떤 의제는 미리 정해놓고 만나진 않는다"며 "서로 알고 있는 우려 사항도 있고 이미 확인했던 의제도 있기 때문에 실무 차원에서 관계 부처들이 발전시켜 온 이행 방안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구체화하고 중요한 문제를 양국 정상들이 다시 식별해 공감을 이루는 회담이 될 것"이라며 "강제징용 등 현안들은 자체적으로 우리나라가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고 일본과도 내밀하게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토회의 중간에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이번엔 한미,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정식회동이라는 격식을 붙이진 않지만 30분 간 얼굴을 마주 보고 진행하는 양자회담이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 일정이 매우 빡빡해서 회담을 꼭 하고 싶다는 나라들에서 신청이 들어오는데 여력이 있으면 받아들이고, 현재로선 미국과 일본 정상과 양자회담을 하는 쪽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방미 전에는 영국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18일 전용기를 타고 런던에 도착, 찰스 3세 주재 리셉션에 참석해 신임 국왕을 위로할 예정이며 여왕 시신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홀을 참배하는 일정도 잡고 있다. 다음날 웨스트민스터사원에서 엄수되는 엘리자베스 2세 장례식에 참석, 우리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일반토의 첫날인 20일(현지시간) 오후 10번째 순서로 연설할 계획이다. 기조연설을 마친 뒤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면담한다. 북한 문제를 비롯한 지역·국제 현안과 한·유엔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21일에는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미 자연사 박물관에서 열리는 리셉션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교류한다. 이밖에 재계·학계 인사들과의 만남, 현지 동포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순방국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23일 오타와에서 정상회담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