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곽상도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줄 방법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는 법정 진술을 내놨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지난 7일 공판에서 "김만배씨와 곽상도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건넬 방법을 의논했다"는 취지로 증언해, 진술을 번복했다는 검찰의 질타가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의 공판을 진행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만배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2020년 10월 30일 한 노래방에서 녹음한 김씨와 유 전 본부장 사이 대화 내용에 대해 질문했다. 변호인은 김씨와 유 전 본부장, 정 회계사가 노래방에서 곽 전 의원의 아들에게 줄 퇴직금을 논의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다시 재생했다. 그러면서 "정 회계사가 이 문제에 당황해하는 것처럼 보여 증인이 김만배 피고인에게 맞장구 치는 차원에서 대화에 끼어든 것 같다"고 물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맞다. 제가 후회하는 게 괜히 끼어들어서"라며 "녹음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지난 공판에서 나온 진술을 뒤집은 셈이다.
검찰 측에서 유씨의 진술에 대해 "왜 지난번이랑 진술이 바뀌냐"고 따져묻자, 유씨는 "진술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김만배가 회사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이 아니다. 기억 난 대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재차 "노래방에서 김씨로부터 곽 전 의원에게 50억을 줘야 한다고 말했는데 왜 이번에는 (진술이) 바뀐 것인가"라고 물었지만, 유 전 본부장은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을 되풀이했다.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는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4월 말 퇴직하면서 퇴직금으로 총 50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이 50억원이 뇌물이었다고 보고 곽 전 의원을 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