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 결과 '미흡'인데도 동의해줘…환경부, 지침 위반 논란

연합뉴스

멸종위기종 산양의 서식지에 추진되는 풍력발전 단지 건설사업에 대해 환경부가 5년만에 입장을 바꿔 용인하자 '지침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의 훼손 비중이 30%나 되는 등 지침상 '훼손 최소화'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데도 사업에 동의했다는 이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은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제출한 AWP영양풍력발전단지 계획안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개발기본계획 초안 및 본안 검토의견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환경부가 경북 영양군 무창리 일대 산간에 추진되는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계획안에 최근 조건부 동의한 것이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을 어겼다는 얘기다.

올 1월 개정된 해당 지침대로라면 '식생‧지형 등의 훼손을 최소화할 경우'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입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KEI는 '최소화' 충족이 안될 만큼 식생‧지형이 훼손된다고 평가했다. '최소화' 충족 없는 사업 동의가 지침 위반이라는 게 의원실 입장이다.
KEI의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 이은주 의원실 제공

앞서 2017년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은 자연 훼손 등 이유로 취소된 바 있다. 환경부는 당시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자연환경 훼손, 생태적 연속성의 단절이 우려된다"며 최종 부동의했다.

이후 사업자 AWP 측은 올해 3월 발전기 27기에서 18기로 사업규모를 축소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재접수해 KEI로부터 "여전히 환경적 영향이 크게 발생할 것"이라는 검토의견서를 받았다. 7월 15기로 거듭 축소 제출된 본안에도 KEI는 "여전히 낙동정맥 핵심 등을 직접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최소화'의 정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검토의견을 냈다.

환경부는 하지만 사업 규모(29만8082㎡→17만3356㎡)와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자연훼손(8만8155㎡→5만2354㎡)이 약 40% 감축됐다는 점을 감안해, 사업시행 전 이주대책 완료와 생활불편 민원창구 개설 등 조건을 달아 사업계획에 조건부 동의했다.

그러나 역으로 1등급 권역 훼손이 사업부지의 30.2%(17만3356㎡ 중 5만2354㎡)나 된다는 점이 지적된다.

환경부의 동의는 관할 지자체에 제시하는 정책협의 의견으로, 직접적 허가·승인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대한민국 정부의 환경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의사를 일선 지자체에서 단순 참고의견으로 치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은주 의원은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적이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의했을 정도로 환경보전가치가 있는 곳이었다"며 "규모 축소 이외에 주요한 변화가 없는데도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부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조건부 동의를 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위법행위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편 제출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멸종위기 Ⅰ급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서식 여부가 누락된 점에서 AWP 측의 평가서 허위 작성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지 주민들은 사업 예정지 일대 17곳에서 산양을 촬영하고, 101곳에서 배설물 등 흔적을 확인했다.

이 의원은 "주민들이 제시한 자료가 맞다면 사업자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짓 작성한 것이다. 환경부가 주민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사업자의 거짓 작성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이라며 "거짓작성한 사업자에게 법적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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