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다고 차례 안 지낼 수도 없고…" 치솟은 물가에 '울상'

추석 연휴 하루 앞둔 제주 동문재래시장 '북적'
치솟은 물가에 도민들 "하룻밤 자면 가격 올라…부담"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모습. 고상현 기자

"조상님은 모셔야 되는데 비싸다고 차례를 안 지낼 수는 없고…."
 
추석 연휴 하루 앞둔 8일 제주시 이도1동 동문재래시장에서 만난 박경애(70‧여)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있는 사람은 비싼 줄 모르겠지만, 없는 사람은 부담이 많이 된다. 하룻밤 자고 나면 야채나 과일 가격이 2천 원, 3천 원씩 올라 있다. 비싸서 다 못 샀다"고 토로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지나간 뒤 화창한 날씨 속에 시장은 제수용품을 마련하기 위해 찾은 도민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치솟은 물가 탓에 도민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했다.
 
제수용품을 사기 위해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동문시장까지 왔다는 강모(65‧여)씨는 "배나 참외를 사려는데 너무 비싸서 못 샀다. 평소보다 2배 더 오른 거 같다"고 말했다. 진모(70‧여)씨도 "돼지고기도 ㎏당 2만 원이었는데, 지금 사려고 보니 4만 원이다.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된다"고 말했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모습. 고상현 기자

높은 가격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는 손님들이 많아지자 상인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좌금자(64‧여)씨는 "옥돔 국내산 한 마리에 원래 1만2천 원 정도 받았는데, 지금은 1만5천 원으로 올랐다. 수산물뿐만 아니라 야채나 과일 모두 가격이 너무 올랐다. 100% 이상 올랐던데 많이 부담될 거다. 식구가 많으면 더 부담이 더 클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채소를 판매하는 김진자(72‧여)씨는 "다른 때에 비해 10% 정도 올랐다. 쪽파나 대파, 미나리 다 올랐다. 대파는 원래 한 단에 1만5천 원인데 지금은 3만5천 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모습. 고상현 기자

실제로 제주상공회의소가 제주지역 재래시장을 대상으로 추석명절 물가 동향을 조사한 결과 추석 차례상 제수용품 구매비용은 4인 가족 기준 지난해보다 11% 오른 30만1천 원으로 조사됐다.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오징어(2마리)로 지난해 4천 원에서 올해 1만2800원으로 3배 뛰었다. 이어 밀가루(94.3%), 두부(87.5%), 무(50%), 애호박(40%), 옥돔(40%) 등의 순으로 올랐다.
 
가격 상승 이유로는 지난달 강우와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채소류와 과일류의 출하량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태풍으로 사흘간 뱃길이 끊겨 공급이 줄어든 탓도 있다.
 
올해 초 2년에 걸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처음 맞는 추석이지만, 무섭게 치솟은 차례상 제수용품 비용에 도민이나 상인 모두 여느 때보다 힘든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모습. 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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