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얼마 전 권익위를 대상으로 한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또다시 연장된 데 대해 "정권의 사퇴압박에 동원된 신상털기식 불법감사"라며 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 위원장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언급하며 자신에 대한 정권 차원의 사퇴 압박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로, 여권으로부터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며 사퇴 압력을 받고 있지만 임기가 보장돼 있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감사원은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오후에 세종으로 '지각 출근'하는 경우가 잦다는 첩보 등을 입수하고 권익위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었다.
전 위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에 대해 "오전에 서울에서 근무하고 오후에 세종으로 간다"며 "인사혁신처에 장관들의 세종 출근율을 점검하는 내용이 있는데 권익위는 항상 상위권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감사원은 8월 1일부터 3주간의 실지감사 기간 동안 저에 대한 먼지털이식 신상털기는 물론 권익위 업무와 직원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감사를 실시했다"며 "먼지털기식 감사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에 관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자 감사기간을 2주간 연장한 바 있으며, 지난 9월 2일로 감사원 감사는 종료된 바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법에 따라 부패방지 총괄기관, 국가대표 옴부즈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등 업무의 성격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하는 기관으로, 이를 보장하기 위해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신분과 임기가 법률로 보장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전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사임했다.
전 위원장은 특히 이번 감사가 '표적 감사'라고 강조했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기관감사나 정책감사를 표명한 다른 부처에 대한 감사와 달리 정확히 정권의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기관장을 표적으로 한 이례적인 감사"라며 "애초 위원장의 근태를 문제삼아 감사를 실시한다고 했지만, 실제 감사에서는 위원장과 부위원장들 및 비서실 직원들의 복무사항은 물론이고 집단민원 조정 사례, 이해충돌 방지규정 유권해석 등 권익위 업무 전반으로 감사의 범위를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감사원 조사관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조사국 조사관들은 사실에 기반하여 있는 그대로 답변을 하고 있는 권익위 직원들에게 갖은 협박과 회유를 통해 미리 짜여진 각본에 맞는 특정한 답변을 강요하며 강압조사를 벌였다"는 얘기다.
감사원이 지난 7일 감사 재연장의 이유로 지목한 '연가와 병가를 내면서 10일 이상 감사를 지연시킨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도 전 위원장은 "해당 직원은 감사의 목적이었던 위원장과 관련된 감사에 성실히 응하고 위원장 관련 사안에 대한 최종 확인서까지 작성하고 감사를 이미 마쳤으며, 강압적 조사로 인한 압박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병원 진료를 받고 병가를 냈다"며 "위원장과 관련된 감사 건은 이미 종료되었음에도 감사원은 해당 직원의 개인적인 문제를 꼬투리잡아 추가적인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등 별건감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가 직권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직원들에 대한 별건조사는 추가의 직권남용이 성립하고, 위법감사로 파생된 직원들에 대한 별건감사는 위법과실로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을 경고한다"며 "불법 직권남용 감사로 인한 직원 별건감사로 불이익이 생길 경우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정권 차원의 사퇴 압박을 언급하면서는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며, 법치와 공정이 무시되는 현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상식인지 묻고 싶다"며 "감사원의 감사로 권익위의 업무는 사실상 마비됐는데, 별건감사를 명분으로 감사기간을 연장하여 국민권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사퇴 요구를 한 번 더 일축했다. 그는 "이번 감사 과정에서 견디기 힘든 그런 병도 많이 얻어서, 가장 쉬운 길은 여기서 제가 그만두는 길"이라면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제가 죽음과도 같은 공포를 이기면서 이 임기를 지켜내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전 위원장 브리핑이 끝난 직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감사를 연장한 주요 사유는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등 주무부처인데도 핵심 보직자를 비롯한 다양한 구성원으로부터 해당 법을 위반해 권익위의 주요 기능을 훼손했다는 복수의 제보가 있어 조사 중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