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7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오는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전 세계 71개국에서 온 243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이 중 102편이 월드 프리미어(89편)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13편)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 두기 없이 좌석의 100%를 사용하고 중단됐던 아시아영화 지원프로그램을 전면 재개하는 등 3년 만에 정상개최라는 점에서 뜻깊다. 개·폐막식을 비롯한 이벤트와 파티 등도 모두 정상 진행하며, 해외 게스트 초청과 티켓 예매 등도 예년 기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7일 오후 화상으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는 이용관 이사장, 허문영 집행위원장, 오석근 마켓운영위원장,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해 올해 영화제 운영 계획과 방향성 등에 관해 설명했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정상 개최에 관해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아시아 최고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완전 정상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동안 중단됐던 아시아 영화 지원 프로그램 등이 전부 복원된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서의 역할을 3년 만에 다시 하게 된 것에 대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거장 감독 영화·국제 영화제 수상작 다수 초청
올해 개막작은 두 번째 장편 영화 '아야즈의 통곡'으로 2015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은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바람의 향기'이며, 폐막작은 2022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초청작인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한 남자'가 선정됐다.
개·폐막작을 비롯해 올해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화이트 노이즈', 프랑스 알랭 기로디 감독의 '노바디즈 히어로', 클레르 드니 감독의 '칼날의 양면',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피터 본 칸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등 전 세계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신작들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슬픔의 삼각형'(감독 루벤 외스틀룬드)과 심사위원대상 '클로즈'(감독 루카스 돈트),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알카라스의 여름'(감독 카를라 시몬)과 은곰상 '에브리씽 윌 비 오케이'(감독 리티 판),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황금표범상 '룰 34'(감독 줄리아 무라트) 등 올해 가장 주목받을 국제영화제 수상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나 싱가포르 허슈밍 감독의 '아줌마' 등 해외감독이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과 함께 제작한 영화들이 다수 포진해있어 한국 영화의 위상이 제고됨에 따라 확장되는 한국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특별전이 마련된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깊은 인연을 맺은 고 강수연에 대한 특별전은 진행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관해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추모의 시간은 당연히 가질 거다. 그러나 일회적인 회고전이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추모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올해 BIFF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세계 영화계의 움직임에 동참해 러시아 국책 영화나 전쟁에 협력하는 감독의 영화는 상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인 가운데 많은 국제 영화제가 일종의 '공동 전선'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섹션 신설하고, 기존 섹션 강화…마켓 강화도 눈길 끌어
3년 만의 정상화인 만큼 기존 섹션의 강화는 물론이고 새로운 섹션의 신설과 함께 다시 마켓프로그램도 변신을 시도한다.
올해 BIFF는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미개봉 한국 주류 상업 영화를 소수 엄선하여 프리미어로 상영하는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을 신설했다. 동시대 최신의 주요한 한국 상업 영화를 관객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장이 될 섹션의 첫해에는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과 방우리 감독의 '20세기 소녀'가 선정됐다.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드라마 시리즈 섹션을 신설해 화제가 됐던 '온 스크린'은 올해 기존 3편에서 대폭 늘어난 9편의 드라마 시리즈를 선보인다. 라스 폰 트리에의 '킹덤 엑소더스'를 비롯 미이케 타카시, 키모 스탐보엘, 이준익, 정지우, 유수민, 이호재, 노덕, 전우성 등과 같은 실력파 감독들의 흥미로운 작품이 소개된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콘텐츠 마켓인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sian Contents & Film Market, 이하 ACFM)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부산스토리마켓을 통해 영상화에 적합한 한국과 아시아의 유망 IP(지식재산권)를 선별하여 소개할 뿐 아니라, 원작 판권사 및 유관기관이 직접 부스를 개설하여 거래하는 시장으로 확장한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4일까지 부산시 해운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