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간 '키아프리즈'(KIAF+FRIEZE)에는 국내외 갤러리 274곳이 부스를 차렸다. 같은 기간(1~5일·서울 세텍) 열린 키아프의 위성페어 '키아프 플러스'까지 포함하면 참여 갤러리는 350곳에 달한다.
키아프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미술장터)이고, 프리즈는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올해부터 5년간 공동 개최를 합의하고 공동 티켓을 운영한 두 아트페어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과 3층에서 나란히 관람객을 맞았지만 행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2003년 런던에서 시작해 뉴욕(2012), LA(2019)를 거쳐 서울 입성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 데뷔한 프리즈는 대박을 터뜨렸다. 반면 키아프는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처럼 한국 미술시장의 현주소를 드러내며 많은 숙제를 안게 됐다.
주최측에 따르면, 두 아트페어에는 총 7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예년과 달리 누적 방문을 제외하고 실제 방문객 수로 집계했기 때문에 지난해 방문객(8만 8천 명)보다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행사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연일 국내외 관계자와 애호가 등 관람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방한한 해외 관계자는 8천 명으로 추산된다.
관람 대상이 VIP로 한정됐던 지난 2일에는 프리즈로 관람객 쏠림 현상이 심했지만, 지난 3일 일반관람이 시작되면서 상대적으로 한산했던 키아프 행사장도 북적거렸다. 지난 4일에는 관람객이 몰리는 바람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온라인 입장권 판매를 일시 중단했을 정도다.
다만 "하루에 두 아트페어를 모두 관람하는 건 체력적으로 힘들다. 먼저 프리즈를 보고 나면 키아프는 건성건성 보게 되더라"는 관람객의 반응은 아쉬운 부분이다.
프리즈는 뉴욕이나 LA에서 열렸을 때보다 판매액이 증가했고, 키아프는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650억 원) 기록을 약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총 매출액 3배 상승"을 호언했던 키아프로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다.
프리즈는 수백억대부터 수억대 작품까지 척척 '솔드아웃'(Sold out·매진)시켰다. 가고시안 갤러리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을 1500만 달러(약 207억 원)에 팔았다.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조지 콘도의 '붉은 초상화'를 280만 달러(38억 원), 마크 브래드포의 작품을 180만 달러(24억 원), 라쉬드 존슨의 작품을 55만 달러(7억 원)에 판매했다.
아담 팬들턴의 회화는 47만 5천 달러(6억 원·페이스 갤러리), 우르스 피셔의 'Problem Painting'은 120만 달러(16억 원·제이슨 함 갤러리),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은 120만 유로(16억 원), 안토니오 곰리의 작품은 50만 파운드(7억 원·이상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 각각 새 주인을 맞았다.
자비에르 위프켄스 갤러리는 스털링 루비의 회화 4점을 37만 5천 달러~47만 5천 달러(5억~6억 원)에 완판했고, 엘지디알(LGDR) 갤러리는 조엘 매슬러의 12개 작품을 한 점당 2만 5천 달러~45만 달러(3천 만원~6억 원)에 모두 모두 판매했다. 판매가 900만 달러(124억 원)로 책정된 장 미셸 바스키아의 회화 '오리'(에퀘벨라 갤러리)도 조만간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 컬렉터는 작가의 지명도를 떠나 참신하고 개성이 뚜렷한 작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김재용의 도넛 시리즈(학고재 갤러리), 이슬기 작품(갤러리현대), 김명진 작품(갤러리가이아)은 완판됐고, 정윤경(GOP), 옥승철(기체 갤러리)의 작품도 대부분 판매됐다. 특히 미디어아트, NFT,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기술을 접목한 작품을 주로 선보인 키아프 플러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프리즈와 키아프 공동개최로 컬렉터, 갤러리 큐레이터, 미술관 관장 등 해외 미술 관계자가 대거 방한했다. 이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미술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세계 곳곳에 한국 작가와 작품을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역량 있는 작가 발굴, 갤러리의 기획력·마케팅 능력 향상 등 보완해야 할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했던 해외 갤러리 대다수는 행사장의 열기와 판매액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벌써부터 내년 행사를 기약하고 있다. 서울에 분관 오픈을 준비하는 곳도 적지 않다. 바꿔 말하면 국내 갤러리가 경쟁해야 할 상대가 훨씬 많아지고 강력해졌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를 한국 작가와 갤러리가 성장하고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