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2일 원·달러 환율은 13년 5개월만에 1360원을 넘겼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1342원에 개장한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7원 오른 달러당 1362.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장중 연고점을 하루만에 다시 넘어선 것이자,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가장 높았다.
환율은 이날 4.4원 오른 1342.0원에 개장한 뒤 오전 10시 19분 1352.5원까지 내렸다가 반등해 1363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고가 기준으로는 2009년 4월 21일(1367원) 이후 13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다.
달러 가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언급을 한 이후 치솟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당분간 제약적인 (통화)정책 스탠스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8월 고용·제조업 지수가 시장 전망보다 호조를 보인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고용 및 제조업 지표가 양호하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 통화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수요가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리는 것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주보다 5천명 감소한 23만2천명으로 집계됐다.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3주 연속 줄었다.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8로 이 또한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한국의 8월 무역적자가 66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점 역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발표한 '2022년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66억7천만 달러, 수입은 661억5천만 달러를 기록해 94억7천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 둔화 우려도 환율에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인구 2천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중국 서부 쓰촨성 청두시를 오는 4일까지 봉쇄한다고 밝혔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6.20포인트(0.26%) 내린 2409.41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1733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역시 환율을 끌어올린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한편 이날 엔화 가치도 24년 만에 달러당 140엔이 무너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40.37엔까지 올랐다.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로 올라선 것은 1998년 8월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