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판박이 '위례'…檢 이틀째 고강도 압수수색

검찰, 위례 개발 관련 금융사 등 압수수색
연이틀 강제수사…불법 내부거래 정조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틀 연속 관련 회사들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위례신도시 개발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진행한 대장동 개발사업과 '판박이'라고 불릴 정도로 등장인물과 사업방식이 유사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1일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의 지분투자 금융회사와 대장동 사업비 PF대출 관련 금융회사 그리고 관련자 주거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 중이다.

수사팀은 전날 호반건설을 비롯해 위례자산관리, 분양대행업체와 관련자 주거지 등 20여 곳에 이어 수감 중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동업자인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서울구치소 수용실도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6만 4713㎡(A2-8블록)에 1137가구를 공급한 사업으로, 호반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면서 사업을 시행할 특수목적법인(SPC)인 '푸른위례프로젝트'(푸른위례)를 설립했다. 공사가 2년 뒤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민관 합동으로 '성남의뜰'을 만든 것과 같은 방식이다.

황진환 기자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은 등장인물도 일부 겹친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이들의 동업자인 정재창씨는 푸른위례를 세우고, 남 변호사와 그의 아내, 정 회계사가 위례자산관리의 사내이사로 참여하는 등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이 대장동 개발 사업의 '예행연습'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나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자료가 민간 사업자들에게 유출돼 사실상 단독 입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자가 선정된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불법적인 내부거래가 이뤄져 특정 민간 사업자만 개발 이익을 수백억 원 가져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특히 검찰이 호반건설에 주목하는 이유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의 시공사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 사업을 진행한 위례자산관리의 지배회사로서 사업 전반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위례신도시 개발 당시 푸른위례는 자산관리사로 위례자산관리를 선정했다. 당시 위례자산관리는 아파트 시공을 맡은 호반건설의 손자회사였다. 호반건설 계열사인 티에스주택(호반건설의 자회사)이 위례자산관리 주식 100%를 보유했다.

올해 새로 꾸려진 검찰 수사팀은 지난해 수사팀이 수사했던 내용을 포함해 원점부터 사건을 재검토해왔다. 지난해 대장동 수사가 '일정기간', '일부'만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해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까지 샅샅이 훑고 있다고 한다. 새 수사팀은 민간 사업자들이 대장동 사업보다 앞서 진행했던 위례신도시 개발에서 여러가지 혐의점을 포착해 먼저 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위례신도시 개발 의혹 수사를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와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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