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인공지능이 본 기후위기…'서울 웨더 스테이션'전

문경원과 전준호 신작 '불 피우기' 전시장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문경원·전준호의 '서울 웨더 스테이션'전이 30일부터 11월 20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1 ·2전시실에서 열린다.

'서울 웨더 스테이션'은 전 지구적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로 급변하고 있는 기후 환경을 예술적 상상력과 학제 간 협업을 통해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전시다.

전준호는 29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서울 웨더 스테이션' 간담회에서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만 바라 본 인류의 태도가 지금의 기후 위기를 초래했다. '다른 생명체가 본 인류사는 어떨까'가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아트선재센터 내 1전시실(2층)에는 신작 '불 피우기'를 최초로 공개한다. 비인간(non-human)의 관점에서 지구의 기후 변화와 다양한 생명의 모습을 표현한 관객 몰입형(immersive)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이다.

작품은 오랜 세월의 풍화로 큰 바위에서 작은 돌멩이가 된 어느 돌의 시점에서 인류의 탄생과 소멸을 바라보고, 마지막 증인으로서 인류의 과거를 되짚는 내용이다. 작품의 내러티브는 인공지능 언어 모델인 GPT-3에 의해 재창작됐다.  

관객은 스팟(Spot) 로봇의 안내에 따라 작품을 체험한다. 스팟은 네 개의 다리로 걷는 서비스 로봇이다. 비전 센서와 음향 센서, 온도 감지 센서, 스테레오 카메라 등을 탑재해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지역에서 임무 수행을 대신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내자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전시장 내 탄소를 특정한다.

'모바일 아고라: 서울 웨더 스테이션' 전시장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2전시실(3층)에는 담론 생산과 창의적 협업을 위한 참여 플랫폼 '모바일 아고라: 서울 웨더 스테이션'을 마련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현재의 탄소 정책과 고기후에 대한 여러 의견과 해석을 5회에 걸쳐 듣는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이자 탄소 전문가 정수종,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BKID,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장 현동진,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정재승,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교수 이찬웅, SF소설 작가 이서영, 아트앤젤 어소시에이트 드렉터 제임스 링우드 등이다.

배우 류준열이 쌍용양회 문경 공장을 찍은 사진 작품. 문수경 기자
여러 헙업자와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물도 볼 수 있다. 대기에서 포집한 탄소 수치를 이용해 만든 '탄소 달력'과 인간의 뇌 주름을 스케치한 카펫 작품, 미래의 도시 사회를 재구성한 드로잉 등이다. 배우 류준열은 쌍용양회 문경 공장의 과거를 아카이빙하고 사진 작품을 출품했다. 쌍용양회 문경 공장은 국내 최초의 근대식 시멘트 공장이자 한국 경제 발전의 초석으로, 철강과 시멘트 산업은 탄소 배출의 최전선에 있다.

이번 전시는 월드웨더네트워크(WWN·World Weather Network)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기상관측소의 연합인 월드웨더네트워크는 기후 비상사태와 생태계 붕괴 가속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인 28개국 예술기관에 의해 발족됐다.

한편 아트선재센터 지하 1층 아트홀에서는 태국 출신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국내 첫 개인전 '죽음을 위한 노래/삶을 위한 노래'를 10월 30일까지 연다.

관객은 기존 스크린이 있던 무대에 설치된 관객석에서 작품을 감상한다. '죽음을 위한 노래'는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개인적 상실의 경험과 제주 4.3사건, 태국 민주화 운동 같은 역사적 사건을 교차시켜 삶의 존재론적 굴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 개인전은 기존 스크린이 무대에 설치된 관객석에서 감상하는 구조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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