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그룹 BTS가 부산에서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콘서트를 예고한 가운데, 일부 숙박업소가 콘서트 개최 기간 숙박 요금을 과다하게 부풀리는 등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연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은 물론 지역 이미지까지 실추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산시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 확산하고 있다.
대구에 사는 전모(26·여)씨는 오는 10월 15일 부산 기장군에서 BTS 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에 예매를 기다리고 있지만, 숙소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이미 예약이 끝난 곳이 대부분이라 숙소를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일부 숙소가 요금을 엄두도 내기 힘들 정도로 올리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전 씨는 "콘서트도 늦은 시간에 끝날텐데 숙소에 자리가 없거나 터무니없이 가격이 오를까봐 걱정된다"며 "만약 너무 비싸면 차라리 조금 무리해서 당일로 갔다 올 생각"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BTS 부산 공연 소식이 알려지자, 이처럼 부산지역 숙박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의 숙소 예약 서비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기장군의 한 숙소는 14일 1박 요금이 21~81만원에 달했는데, 이는 불과 일주일 전 한글날 연휴인 10월 첫 주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해운대구의 한 호텔도 해당 연휴 1박 가격이 120만원대로, 일주일 만에 2배나 높아졌다. 기장군과 거리가 먼 영도구의 한 숙박업소도 평소보다 3배나 비싼 요금으로 예약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중구의 한 호텔은 10월 첫 주 14~27만원이던 숙박 요금이 15일에는 87~168만원까지 오른 상태였다.
한 호텔 관계자는 "콘서트 때문에 수요가 너무 많아서 객실 금액을 올려놓은 상태"라며 "객실은 한정적인데 원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도 이와 같은 부산지역 숙박 요금 '바가지' 사례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심지어 9만원짜리 숙소가 280만원으로 올랐다거나, 1박 요금이 500만원에 달했다는 등 요금이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또 일부 숙소가 이미 예약한 방을 강제로 취소한 뒤 가격을 5배 이상 올려 새로 예약을 받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자발적으로 피해 사례를 모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자체 대응에 나선 사례도 있었다.
이같은 바가지 상술 때문에 세계박람회 유치를 염원하는 BTS 공연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은 물론, 박람회 유치 신청서 제출을 앞둔 부산시의 국제적인 이미지까지 실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의회장은 "숙박업소의 일방적 예약 취소와 폭리로 박람회 유치를 응원하는 좋은 의미가 퇴색됐다"며 "이런 부정적인 논란은 향후 부산과 지역 자영업자들에 대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콘서트를 계획한 부산시가 직접 대응에 나섰다. 부산시는 지난주 숙소 바가지 요금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계도 조치를 내렸다. 또 현장점검반을 편성해 지도 점검을 계속하는 한편, 관련 협회와 관계기관에도 협조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행사 의미를 퇴색시키는 숙박업소의 행위는 지속적으로 점검·계도 활동을 추진하고 울산시와 협력하는 등 부족한 숙박시설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시의 이같은 조치는 권고나 협조 요청에 그칠 뿐, 요금 인상을 막을 수 있는 실효적인 대책은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BTS는 오는 10월 15일 부산 기장군 옛 한국유리 부지에서 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대규모 무료 콘서트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