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으로 각인된 민방위복이 17년 만에 개편될 전망이다. 지난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초록색 민방위복을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윤 대통령 등이 입은 초록색 민방위복은 현재 행정안전부가 민방위복 개편을 위해 마련한 5개 색상 시제품 가운데 하나다. 왼쪽 가슴에는 평화·시민보호를 상징하는 국제민방위 마크(오렌지색 바탕에 청색 삼각형)에 한국적 요소를 결합한 로고가, 왼쪽 팔에는 태극기가 박혔다.
지난 17일 행안부는 국민 편의를 고려한 민방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민방위기본법 및 시행령, 민방위 복제 운용 규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내년까지 추진·완료해 새로운 민방위복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앞서 행안부는 방수‧난연 등 기능성이 취약하며 용도 및 계절별로 구분해 착용하는 외국 사례와 비교해 획일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노란 민방위복'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고 밝혔다.
민방위복을 비상근무용과 현장 활동용으로 나누되, 우선 비상근무복부터 올해 을지연습에 시범 적용했다. 현장활동복은 기능성 개선 연구를 거쳐 내년까지 개편할 방침이다.
비상근무복 시범적용안 5종이 결정되기까지, 행안부는 지난 6월 민방위 비상근무복 개편을 위한 온‧오프라인 설문 조사를 벌였다. 국민 누구나 행안부 홈페이지 또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거나, 서울 전쟁기념관과 정부세종청사에서 민방위복 개편 시안을 직접 보고서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모두 종료됐다.
비상근무복 후보로는 당초 9종이 제시됐다. 모두 국민 투표 대상이었는데, 여기에 기존의 '노란 민방위복'은 없었다. '현행 유지'를 바라는 국민의 경우 선택지조차 없어 의견을 내기 어려운 투표였던 셈이다.
기존 '노란 민방위복'의 한계를 지적하며 개편안이 발표됐기에 후보군에서 제외됐을 수는 있다. 그러나 누리꾼들 사이에선 "우선순위가 아니다", "돈 낭비다" 등 민방위복 개편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어, 정부가 국민 의견 수렴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민방위복 색상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 노란색이 눈에 잘 띄어서 도움 요청하기 좋다", "밝은 색이 덜 공격적인 느낌이 든다" 등 색상 변경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과 함께 "기존 색상이 국제협약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25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온라인상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며 "기존의 노란색이 제네바협약에 따른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민방위복의 색상에 대한 규정은 없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노란 민방위복의 가시성을 두고 "오히려 전시 등과 같은 위험상황에서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색상에 대해서만 논쟁이 되고 있는데 사실 이번 개편 시안에는 깃이나 소매, 밑단 등의 다양한 디자인 요소와 소재, 방수‧난연 같은 기능성이 고려됐다"면서 "(기존의 민방위복이) 입기에 불편하고, '후줄근하다'는 말도 들었다"고 답했다.
2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을지연습에는 국민 선호도 조사가 높았던 '초록색(그린)'과 '남색(네이비)' 2종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행안부는 국민 3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베이지 색상을 선호한 사람도 이와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비상근무복 국민 선호도 조사에 관한 구체적인 응답자수와 순위 결과를 공개해줄 것을 요청하자, 행안부 관계자는 "고려해보겠다"면서도 "(민방위복 개편 시안은) 국민 선호도만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현장 대원이나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 국민 투표를 하고도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 오해가 생길까 우려된다"며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