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 논란의 행정시장 임명 속내는?[영상]

[기자실앞담화]⑩농지법위반 의혹 등 불거진 두 행정시장 임명 분석
오영훈 제주도지사, 본인이 책임 짊어지겠다며 기자회견
'부적합' 제주시장 임명…세대 간 균형 발전동력, 개혁성 주목
서귀포시장 임명…정당활동 등 서귀포에 대한 높은 이해도 인정
정당‧시민단체‧농민회 등 농지법 위반 등 반발 후폭풍
법 위반 떠나 농지 투기 대상 농민 감정 문제로 번져
부적격도 임명할 수 있는 제도적 한계…인사검증시스템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7:30)
■ 방송일시 : 2022년 8월 24일(수)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
 

 기자실 앞담화, 오늘도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 나오셨습니다. 두 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민선8기 첫 행정시장에 대한 얘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두 분이 기사를 쓰셨습니다만 이 자리에서 홍창빈 기자가 전망한 인사가 정말 내정이 됐고 실제로 오영훈 지사가 임명을 했습니다. 지난주 인사청문회부터 최종 임명되기까지의 과정을 어떻게 보셨는지 우선 이 인 기자가 말씀해 주실까요?
 
◆이 인> 농지법위반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었고 제주도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제기됐지만 결국 오영훈 제주지사가 임명을 강행했어요. 오 지사는 어제(23일) 강병삼(48) 제주시장과 이종우 서귀포시장(63)에게 임명장을 수여했고,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는 각각 취임식도 열렸습니다.
 
오 지사가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임명한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어제(23일) 오 지사는 도청 기자실에서 행정시장 인선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강병삼 제주시장에 대해선 앞으로 제주 사회가 세대간 균형을 이루며 발전 동력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래서 40대에 주목했고 후보자가 걸어온 길도 살펴봤는데 그 과정에서 개혁성과 전문성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종우 서귀포시장에 대해선 정당활동을 하며 지켜봤고 살아온 과정을 지켜본 결과 서귀포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고 오 지사는 임명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숙고하고 고민하면서 수없이 번민한 끝에 결정하게 됐다며 최종 임명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짊어지고 가겠다고 강조한 뒤 인선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교훈삼아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 채찍질로 삼을 것이며 도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발탁 인사 시스템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시장의 의혹을 간단하게 살펴보면요. 강병삼 제주시장은 제주시 아라동 5개 필지 7000여㎡의 농지를 지난 2019년 지인 3명과 함께 경매로 취득했고 당시 26억 원에 산 땅은 지금 2~3배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 2015년에는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임야 2필지와 농지 2필지 등 모두 2100여㎡를 역시 지인과 함께 매입했습니다.
 
2군데 농지 모두 제대로 농사를 짓지 않아 농지법 위반과 함께 땅값 상승을 노린 투기 목적의 부동산 매입 아니냐는 의혹이 지난 18일 열린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집중 제기됐습니다.
 
이종우 서귀포시장 역시 이 시장과 배우자, 자녀가 각각 소유한 농지를 합치면 1만 1000여㎡ 규모지만 경작을 한 근거는 없다는 게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지적됐습니다. 농자재 구매내역이 없고 농약도 잔디밭에 뿌리는 용도로 구입한 데다 공익 직불금까지 수령한 것으로 확인돼 도의원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이인 기자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제일 먼저 결국 땅이 문제구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농지를 많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농사를 지었느니, 말았느니를 비롯해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구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것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제주도의회 청문회에선 농지 취득이 고위 공직자의 기본 요건이냐는 뼈아픈 질타를 받아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부동산은 불패라는 인식이 강하죠. 주식이나 비트코인으로는 망해도 땅이나 아파트를 사놓으면 절대 안 망한다는 속설 때문인지 행정시장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하나같이 농지를 많이 소유하고 있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드는데요.
 
돈과 권력 2마리 토끼를 다 잡을 게 아니라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제주도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청문회를 끝내고 강병삼 시장에 대해서는 농지법위반과 부동산투기 의혹, 행정경험 부족 등의 우려가 청문회 과정에서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부적격 의견을 냈습니다.
 
반면 이종우 서귀포시장에 대해선 도덕성과 전문성에서 일부 우려가 있지만 원활한 서귀포시정 운영을 위해 더 이상 시장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며 시장을 해도 무리 없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도의회가 달리했지만 결국 오영훈 지사는 두 사람 모두 임명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고 제주도내 각 정당과 시민단체, 보수와 진보 가리지 않고 강병삼 제주시장, 이종우 서귀포시장 임명을 반대하고 있어 당분간 후폭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혜진> 홍창빈 기자는 이 자리에서 강병삼 제주시장 내정설이 돌 때부터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를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잖아요. 더 유심히 보셨을 것 같아요?
 
◆홍창빈> 아무래도 농지법 위반 논란이 예상됐던 만큼, 이 부분을 유심하게 살펴보기는 했는데요, 생각보다 이 부분이 더 많이 부각되면서, 강병삼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가 살펴보는데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강 후보자가 내정됐을 때, 강병삼이라는 인물을 잘 몰랐기 때문에, 물론 이 분이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하기는 했었지만, 왜 이 분을 지명했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농지에 대해서만 집중되다 보니 아무래도 강병삼이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후보자가 잘못한 것에 대해 지적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는 인사청문위원들이 할 일이기는 합니다만, 방송 카메라와 언론의 시선이 집중된 오전에는 소리 높여 비판에만 열중하는 모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오후에는 나름 정책질의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때는 이미 도민들과 언론의 관심이 다소 줄어들기 때문에 효과가 없어졌을 겁니다. 이런 형태의 청문회가 반복된다면,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대두되는데 도의회 스스로도 한 몫을 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박혜진> 그런데 오영훈 지사가 이런 리스크를 알면서도 두 사람을 최종 임명한 이유는 어떻게들 분석하시나요?
 
◆이 인>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임명한 배경을 오 지사가 직접 언급한 내용은 앞서 설명을 드렸구요.
 
사실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들어설 때 도민들의 기대감이 컸죠. 오 지사가 50대 중반의 젊은 지사인데다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주요 당직은 물론 대선 당시 이재명.이낙연 두 사람 모두의 선택을 받은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원희룡 도정 8년이나 우근민.신구범.김태환 도정과도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일 거라는 그런 기대감 말입니다.
 
전임 도정과의 차별화는 인사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데 특히 강병삼 제주시장을 지명한 배경이 바로 새로운 인물에 대한 도민 열망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40대의 젊고 참신한 인물인 데다 강 후보자가 제주4.3 무료 변론도 하며 공익활동까지 해 왔다는 점에서 오영훈 도정의 첫 행정시장으로 상징성이 무척 큰 인물입니다.
 
공무원 출신을 앉힌다던가 선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사를 지명한다던가 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뭔가 오영훈 도정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상징적인 인물로 강 후보자를 내세운 거죠. 물론 강 후보자나 이종우 서귀포시장 후보자도 선거캠프에서 일정 역할을 했겠지만 그렇다고 캠프를 좌지우지할만한 인물들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어쨌든 행정시장 지명을 통해 오 지사가 새 도정의 면모를 보이려고 했던 건데요.
 
또 강병삼 제주시장이 문제가 된 농지 2곳의 처분계획을 SNS에 밝힌 것도 오 지사의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강 시장은 임명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구체적인 처분방식은 밝히지 않았고 공동소유자 등과 협의해 실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
 
◆홍창빈> 오 지사가 두 명의 시장 후보자를 지명할 때까지만 해도, 농지법 논란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을 겁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지명하기 전부터, 이미 두 후보에게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알고는 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강 시장의 경우 위법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해 청문회에서 소명할 거라는 이야기만 했는데요, 문제는 단순히 법 위반 여부를 떠나서, 농심을 건드린, 감정의 문제로 번져버린 겁니다. 농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비판의 수위가 더 올라가버린 겁니다.
 
이종우 시장의 경우도 배우자가 직접 농사를 짓기는 했지만, 시장 본인은 거의 농사를 짓지 않았는데도 본인 이름으로 농업직불금을 수령하거나, 농민수당을 신청한 점이 청문위원들을 자극했습니다.
 
이렇듯 이 두 시장에 대한 비판이 강해졌지만, 오 지사의 입장에서는 임명을 하지 않았을 경우의 후폭풍까지 고려해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오 지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시장을 임명하지 않으면 행정공백 장기화 문제 등 행정을 끌고 가는 입장에서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임명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자회견문에는 숙고하고 고민하고 번민한 끝에 결정하게 됐다면서, 이 선택에 대한 책임은 도지사 본인이 짊어지겠다고 말했습니다.
 
◇박혜진> 그런데 청문회 도중 이상한 일들이 제주도청에서 벌어졌다구요? 뭔가요?
 
◆이 인> 강병삼 제주시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 18일에 있었고 이종우 서귀포시장은 19일에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청문회가 있기 전부터 강 시장에 대해선 농지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언론에 도배됐고, 농민회 등도 강 시장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청문회에 대한 관심도 정말 높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18일 강 시장 청문회가 도의회에서 열리는 오전 10시부터 갑자기 제주도청 브리핑룸이 북적북적했습니다. 무려 3건의 브리핑이 잇따라 잡혔는데요. 제주도가 신규로 추진하는 광역 폐기물 소각장 후보지로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가 타당성 조사 결과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갑자기 했는데요.
 
브리핑 시간은 10시 20분인데, 기자들에게는 브리핑 문자를 그날 오전 9시 15분에 보냈습니다. 그러니까 1시간 전에야 브리핑 일정을 통지한 건데요. 소각장 문제는 반대하는 주민도 있고 도정 현안 중 하나여서 관심도 큰 사안인데 갑자기 브리핑 일정을 잡은 겁니다.
 
또 그날 오전 10시에는 도시건설국과 청년정책담당관실이 합동 브리핑을 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은 앞으로 추진할 청년 정책을 소개하는 것과 구직청년 지원금 신청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또 청년들에게 주거비를 지원하겠다는 거였습니다. 굳이 브리핑을 하지 않고 서면으로 대체해도 될 내용이었는데 의아했구요. 역시 이 브리핑도 전날 저녁에야 기자들에게 통지가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날로 예정된 관련 부서의 정기 브리핑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병삼 시장의 청문회가 열린 그날, 같은 시간에 무려 3건의 브리핑이 연속으로 진행됐는데요. 제가 도청 기자실을 다시 출입한 이후 이렇게 많은 브리핑은 처음입니다.
 
그래서 갑자기 브리핑을 잡은 이유가 동시간대에 진행되는 강병삼 청문회를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기자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특히 저나 홍창빈 기자처럼 제주도와 도의회를 1명이 출입하는 언론사는 브리핑 시간에는 청문회를 들을 수 없었는데요. 농지법위반 의혹 등이 제기된 강병삼 제주시장의 청문회를 물타기 하려는 것 또는 적어도 청문회 취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얘기까지 기자실에서 나왔습니다.
 
◇ 박혜진> <기자실 앞담화> 오늘은 민선8기 첫 행정시장 인선에 대한 얘기를 간단하게 나눠봤는데요. 오늘도 제주CBS 이 인 기자, 헤드라인 제주 홍창빈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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