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군사정권 시절 최악의 인권 침해로 꼽히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제39차 위원회를 열고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2020년 12월 10일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접수한 이후 지난해 5월 조사를 시작해 1년 3개월 만에 첫 결과를 내놨다.
형제복지원은 1960년 형제육아원을 시작으로 1971년 형제원, 1979년 형제복지원으로 이어진 대규모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해당 기간 복지원은 부산시와의 부랑인선도위탁계약, 내무부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장애인과 고아 등 3천여명을 마구잡이로 수용해 강제노역 시키고 학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진실화해위는 사건 발생 35년 만에 △부랑인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형제복지원 수용과정의 위법성 △형제복지원 운영과정의 심각한 인권침해 △의료문제 및 사망자 처리 의혹 △정부의 형제복지원 사건 인지 및 조직적 축소‧은폐시도 등을 밝혔다.
형제복지원에 대해 경찰 등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거나 이들의 허가와 지원, 묵인 하에 부랑인으로 지목한 불특정 민간인을 적법절차 없이 단속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형제복지원에 장기간 구금한 상태에서 강제노동, 가혹행위, 성폭력, 사망, 실종 등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이날 형제복지원 사망자 수가 최종 657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이 많은 수치다. 진실위원회가 최초로 확보한 사망자 통계, 사망자 명단 등 14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또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천여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진실규명에서 무차별한 부랑인 단속과 형제복지원 수용의 근거인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인 내무부 훈령 제410호의 위헌‧위법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훈령에 따르면, 부랑인이라 지목된 사람을 어떠한 형사절차도 거치지 않고 시‧군‧구청과 경찰이 합동으로 구성한 부랑인 단속반이 수용시설에 보내 기한의 정함이 없이 강제수용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진실화해위는 내무부 훈령 410호에 대해 법률유보 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 원칙, 체계 정당성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1986년 한해 형제복지원 사망자 수는 135명으로 당시 일반국민 사망률 0.318%보다 13.5배나 높은 4.30%였다고 밝혔다. 결핵사망률도 더 높게 나타났는데 1986년 형제복지원의 결핵사망률은 0.41%로 당시 일반인구 결핵사망률 0.014%와 비교해 29.2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과다 투약해 '화학적 구속'이 이루어진 정황과 국군보안사령부가 형제복지원을 집중관리한 사실도 발표했다. 또 국가보안법, 국방경비법, 반공법 위반자를 신원특이자로 구분해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하고 감시한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는 각종 시설에서의 수용 및 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시행해야 하고, 국회는 지난 6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을 조속히 비준 동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오랜 시간 기다려온 형제복지원 사건의 인권침해 진실이 드러난 것은 피해자와 유가족, 사회단체 등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라며 "2기 진실화해위원회 출범의 계기가 된 이번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진실규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