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8개월 만에 전 월보다 하락하며 한 풀 꺾였다. 하지만 물가인식은 여전히 5%대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4.7%)보다 0.4%포인트 하락한 4.3%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4.7%로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뒤 8월 들어 하락 전환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글로벌 물가 흐름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물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정부 발표 등이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준 듯하다"며 "최근 유가 등이 소폭 하락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기업 및 가계 등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의미한다. 임금 협상, 가격 설정 및 투자 결정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최종적으로는 실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준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응답 분포를 보면,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가 6% 이상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19.2%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4~5%'(17.9%), '3~4%'(17.6%) 등이 뒤를 이었다.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 응답 비중을 보면 농축수산물(47.5%), 석유류 제품(47.0%), 공공요금(45.6%) 순이었다.
소비자가 지난 1년간 주관적으로 체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 '물가 인식'은 5.1%로 7월과 같았다. 물가인식은 소비자가 지난 1년간 주관적으로 체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한다.
황 팀장은 "현재 물가는 6%를 넘으며 높고. 폭우 등의 기상 문제로 생활물가, 식품, 채소류 물가가 많이 올랐다"면서 "이런 것들에 기반한 소비자들의 응답으로, 물가인식이 높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진 가운데 물가 인식은 그대로인 이유에 대해 "유가가 잠깐 하락했지만, 폭우 등으로 식품·채소류 등 생활 물가는 오른 상태"라며 "그런 것에 기반해 물가 인식이 여전히 높게 나타났지만, 하반기 물가 피크 아웃(정점 통과) 기대를 반영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8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49로 전월(152)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이후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가 다소 약화한 영향이다.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내릴 것으로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이 지수는 100을 웃도는데, 상승 전망 비중이 7월보다 줄었다는 의미다.
한편 소비자심리지수는 시장에서 제기되는 물가정점론과 글로벌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 등으로 4개월 만에 소폭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2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8로 전월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앞서 소비자동향조사 기간은 8일부터 16일이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경기 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100보다 낮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의 상승은,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기는 하지만 소비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황 팀장은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고물가, 주요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이 지속되고 있으나 물가 피크아웃(정점 통과), 글로벌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 등으로 전월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