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주목한 '우영우' 숙명…박원순·페미 '좌표찍기'

방송 캡처
빛나는 영광의 이면에는 언제나 우여곡절이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외된 이들을 주목한만큼 정치적 공격에 시달렸다. 우리가 외면해왔던 불편한 주제를 건드리자 반작용이 일어난 셈이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주인공부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다. 우영우의 행보마다 장애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뒤집었고, 각 에피소드 속 사건들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각종 차별과 그 권리를 돌아보게 했다.

공격의 시발점은 '우영우' 12회 미르생명 희망퇴직 권고 재판 에피소드였다. 구조조정을 진행한 미르생명이 사내 부부 직원들 중 여성 직원들에게만 희망 퇴직 수락을 하지 않으면 남편이 불이익을 보게 될 것이란 압박을 했던 것. 류재숙(이봉련 분) 변호사는 대형 로펌인 한바다에 맞서 성차별적인 퇴직 권고를 받은 여성 근로자들 편에 서서 뜨겁게 변호를 펼쳤다.

그런데 이후 반페미니즘 유튜버와 일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에피소드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우영우'를 집필한 문지원 작가가 박 전 시장이 설립한 대안학교 출신이라며 연관성을 주장하는가 하면, '페미니즘 성향'을 문제 삼기도 했다. 엄연히 존재하는 직장 내 성차별 이슈를 다루자 한꺼번에 이 같은 공격이 몰아친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 전 시장은 해당 대안학교 설립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고, '우영우' 제작사 역시 "12회 에피소드도 다른 회차와 동일하게 사건집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특정 인물과 무관하며 지나친 해석과 억측 자제 부탁 드린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언론까지 스피커 역할을 자처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날 법했던 황당한 공격이 그럴듯한 논란으로 확대·재생산 됐다. 허구적 창작물이 이런 공격을 받는 자체가 '우영우' 영향력의 반증일 수 있겠지만 때 아닌 불똥에 창작자들이 위축될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체 '우영우'는 왜 정치적 공격의 타깃이 된 것일까. 각자도생은 기본, 갈라치기가 공공연한 사회 분위기가 결국 왜곡된 소통을 조장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돈벌이를 위한 1인 미디어의 성행과 정치권의 방조 및 가담 또한 큰 몫을 하고 있다.

윤석진 문화평론가는 18일 CBS노컷뉴스에 "건강한 공론의 장이 아니라 확증 편향으로 대단히 왜곡된 소통이 계속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작가의 주제의식에 동의할 수 없을 경우, 소비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박원순 전 시장, 페미니즘 등 정치적 휘발성을 가진 이슈들만 골라서 좌표를 찍고 공격하는 의도가 불순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자유주의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각자도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정치권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방조를 넘어 갈라치기로 이용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이나 사실 관계 무관하게 '노이즈 마케팅' 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이걸 정치권에서 정리를 해줘야 되는데 그 역할을 안 하니 사회 정치적 현안을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가 제대로 작동을 못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면 K-콘텐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문화강국' 슬로건을 아무리 내세워도 제2의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은 나올 수 없단 이야기다.

윤 평론가는 "드라마와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창작자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세계임을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대중은 인간과 삶, 세상과 사회에 대한 성찰을 하면서 현실을 보게 된다. 이런 부분을 가지고 '왜곡을 했느냐'는 공격이 계속 들어오면 창작의 과정에서 자기 검열 기제가 작동한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을 만들 수 있었던 창작자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에 제약이 걸린다. 그런 작품들이 K-콘텐츠에서 나올 수가 없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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