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예상보다 적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다행히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가운데, 약해진 지반에 따른 우려는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7일 오전 부산 사상구의 한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손에 우산을 든 채 밤사이 침수 등 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데 대해 안도했다.
시민 전옥이(68·여)씨는 "지난해에는 집으로 빗물이 들이차면서 냉장고 등 전자제품이 모두 망가져 이번에도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비가 많이 안 와 피해가 없었다"며 "잘 지나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특히 연일 부산에 이어진 폭염에 시달려 온 시민들은 이번 비가 오히려 반가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원기(63)씨는 "그동안 부산에 비가 안 와서 농작물 걱정뿐만 아니라 낙동강 녹조도 짙어져 여러 모로 힘들었는데, 이번 비는 피해를 내지 않은 단비여서 정말 좋았다"며 "비가 조금만 더 내렸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애초에 기상청은 전날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부산에 최대 15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하면서 호우주의보를 발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4시까지 부산에 내린 실제 비의 양은 중구 표준관측소 기준 75.2mm였고, 가장 많이 내린 지역인 사하구는 88mm를 기록했다.
또 이틀간 부산소방재난본부에는 호우 관련 안전조치 요청이 모두 6건 접수됐는데, 대부분 도로에 물이 찼다거나 나뭇가지가 쓰러졌다는 내용으로 별다른 인명·재산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비는 이날 오후까지 10~40mm가량 더 내린 뒤 그칠 것으로 보여, 이대로 큰 피해 없이 정체전선의 영향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다.
다만 이틀간 이어진 비로 지반이 약해져 있는 건 우려스러운 점이다.
특히 부산은 산지에 둘러싸인 주택 등이 많은 도시로, 시민들도 평소 비가 많이 내리면 산사태나 사면 붕괴가 발생하진 않을지 걱정이 큰 편이다.
권오성(50대)씨는 "부산은 산 밑에 집이 많아 만약 지반이 붕괴하거나 옹벽이 무너지면 큰 피해로 이어진다"며 "특히 그런 지역은 노인들도 많고 해서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우선 산림청은 전날 '주의'로 상향했던 부산지역 산사태 위기경보 단계를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관심'으로 하향한 상태다.
다만 부산기상청은 주말인 오는 20일 또 한차례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비탈면 등 위험지역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