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의료대응 체계를 민간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유명 대형병원들이 포진한 상급종합병원들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고위험군은 증상이 심해지더라도 기존에 다니던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기저질환과 코로나19 치료를 따로 받다보니 종합적인 환자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호흡기환자진센터는 모두 1만3730곳이다. 이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은 7곳에 불과하다.
많은 대학병원들이 속한 상급종합병원은 서울 14곳, 경기도 8곳, 경남 7곳 등 전국적으로 45곳이 있지만, 코로나 19 검사·처방·진료가 가능한 호흡기환자진료센터로 등록한 기관은 전체 15.5%에 그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아산병원과 중앙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등 서울 3곳과 한림대성심병원 등 경기도 1곳이다. 나머지 3곳은 충북대병원, 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 울산대병원 등 비수도권에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60세 이상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데 이들 대부분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한다.
외래 환자들이 어떤 질환으로 어떤 약을 처방받고 있는지 등은 해당 상급병원에서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고위험군 외래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려도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이들의 치료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목표대로 고위험군의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낮추려면 상급종합병원에서 보다 적극 나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고위험군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평소 다니던 대학병원이 아니라 감염병전담변원에 입원하는 이원화된 시스템에 놓여있다"면서 "감염병전담병원에서는 병용금기 약 등 팍스로비드 처방을 위한 정보가 부족해 투약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또 "반대로 감염병전담병원에서는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못해 다시 뒤늦게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한다"면서 "처음부터 환자 정보를 갖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코로나와 기저질환을 동시에 치료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투석환자가 개인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지 못해 폐렴 증상 악화돼 전원해 온 적이 있다"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 먼저 적극적인 처방을 하고 동네 병.위원에서도 처방할 수 있도록 해아 한다"고 했다.
천 교수는 이어 "이미 대학병원 내부 의료진들도 재감염된 사례가 많다"면서 "응급실 일부 공간을 활용해서라도 동네 병원들이 문을 닫는 주말이나 연휴 때라도 외래 환자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들이 소극적인 이유는 수가 등 경제적 문제도 작용하고 있지만, 코로나 환자에 대해 외래진료의 문을 열었을 때 병원 내부의 감염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코로나 외래 치료를 하려면 시설과 인력을 다 세팅해야 한다"면서 "특히 외래 환자가 들어 와서 내원 환자에게 퍼뜨리면 병원에서 책임을 떠안아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런 이유로 상급종합병원에서 별도의 코로나 환자 치료를 위한 시설.공간 확보를 위해 정부가 지원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 위원장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곳은 상급종합병원"이라며 "병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도 이들 병원에서 코로나19 처방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