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관측 이래 최대'…커지는 '기후대응 강화' 목소리

폭우로 침수된 차량들이 뒤엉켜 있다. 황진환 기자

이번주 서울과 중부지방을 덮친 집중호우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에 육박하면서 무고한 인명까지 앗아갔다. 날이 갈수록 갱신되는 각종 '관측 이래 최대치'는 기후위기가 실생활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확인시켰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 일대에 물폭탄이 떨어진 지난 8일 서울의 시간당 최다 강수량은 38.1mm로 기록됐다. 그런데 이는 종로구 기상관측소 측정치였고, 실제 피해가 집중된 한강 이남의 동작구 일대에서는 시간당 최다 강수량이 136.5mm로 나타났다.

관측지점에 차이가 있지만, 이는 시간당 최다 강수량 집계가 시작된 1937년 이래 서울에서 집계된 최악의 기록에 해당한다. 기존 역대 최대치는 1942년 8월5일의 118.6mm이었다. 올봄만 해도 한강권역 누적 강수량이 1973~2021년 평균치의 63%(남한강 140.7mm, 북한강 129.2mm)에 그쳐 가뭄걱정을 시키던 날씨가 표변했다.

인명피해는 이날 오전까지 서울에서만 8명 사망, 1명 실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반지하주택 침수 탓에 유명을 달리한 3명이 포함된다. 경기·강원 지역까지 합산하면 사망 13명, 실종 6명, 부상 18명이다.

폭염경보 내린 제주 해변. 연합뉴스

이러는 동안 제주 지역에는 80년만에 역대 최악의 폭염이 닥쳤다. 지난 10일 제주 북부에서 확인된 최고기온 37.5도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1942년 7월25일)와 '타이'를 기록했다. 제주 지역은 열대야도 보름 이상 이어졌고, 올들어 최근까지 70명 안팎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같은 극단적 기상 편차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대표적 징후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인간 활동에 의해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 호우, 폭설 등의 발생빈도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반도의 경우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2017년까지 106년간 여름이 19일 길어지고, 겨울은 18일 짧아졌다. 또 20세기 초에 비해 최근 30년간 강수량이 124mm, 기온이 1.4도 각각 치솟았다. 특히 일일 강수량 80mm 이상 '강한 강수'가 늘고 이에 미달하는 '약한 강수'는 주는 양극화가 나타났다.

기후변화는 인명피해와 직결된다. 행정안전부 통계상 폭우 등 자연재난에 따른 인명피해(사망·실종)는 집중호우로 역시 서울이 잠겼던 2011년 78명, 폭염이 닥친 2018년 53명, 최장기 장마가 있던 2020년 75명 등으로 기록돼 있다. 2010~2020년 누적 재산피해도 4조8456억원에 달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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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경각심을 끊임없이 촉구하고 있다. 핵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확대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고,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비율을 높여 실질적 효과를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 사회가 기후 재난에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신림 반지하 일가족 참사처럼,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이 재난에 가장 먼저 노출된다는 것은 이미 시민사회가 경고해왔다"며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거의 기후대책과 재난대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논평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역시 논평을 내고 "누군가 침수된 외제차의 보상금을 알아볼 때 다른 누군가는 구조를 기다리다가 생을 마감했다. 기후재난은 취약한 계층에게는 더욱 심각하게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불평등의 책임을 통감하고 이를 해소할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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