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이성문 전 대표가 곽상도 전 국회의원 아들 병채씨의 병명이나 증상을 모른다고 증언했다. 또 병채씨가 정식 절차를 거쳐 채용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의 공판을 진행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대표는 2015년부터 화천대유 대표로 근무했다. 대장동 사업 추진과 이익금 분배 과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 전 대표는 병채씨의 입사 경위에 대해 "일반적인 채용 절차를 거친 것은 아니다. 화천대유가 공기업이나 대기업도 아니고 공채 시스템은 따로 없다"라며 "김만배 회장이 '아이(병채씨)가 괜찮아 보여서 채용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이 김씨에게 부탁해 병채씨가 채용됐다는 취지다. 이 전 대표는 또 화천대유가 병채씨에게 법인카드를 제공한 이유에 대해 "통상적으로 곽 전 의원과 김씨가 친분이 있어서 배려해준 것"이라고 증언했다.
곽 전 의원과 김씨는 성균관대 동문으로, 곽 전 의원이 김씨에게 법률 자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날 석방 뒤 처음으로 공판에 참석한 곽 전 의원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등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병채씨가 어지럼증에 따라 5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았다는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병채씨의 정상 퇴직금 등은 1억 2천여만원이라고 보고, 전체 21억 원 중 나머지 19억 8천만 원은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화천대유가 병채씨에게 빌려줬던 5억 원도 뇌물이라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이 "곽병채가 제출한 진단서에 기록된 병은 어지럼증이 발생한 뒤 30초 뒤에 사라지는 경증 질병이라는 점을 알고 있냐"고 묻자,이 전 대표는 "사업으로 바빠서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곽병채가 프라이버시 때문에 병명을 얘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다른 직원들도 그렇게만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병채씨가 지난해 2월 건강 문제로 사직 의사를 밝혔을 때 진단서를 요청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에 검찰은 "어떤 병인지 확인하지 않고 그런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면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느냐"고 캐물었고 이 전 대표는 "뇌에 중대한 질환이 있거나 죽을 병에 걸렸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