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적신호'에…'박순애 경질'‧'겸손 모드' 반등 노리는 尹

연합뉴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주저앉으며 국정 운영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겸손 모드'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만 5세 입학' 추진으로 논란이 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격 사퇴하면서 향후 대통령실 인적쇄신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여름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윤 대통령은 8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에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사용하며 한껏 낮은 자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만 5세 입학' 정책 혼선 등으로 논란이 된 박 부총리의 거취와 관련해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4일 임명된 박 부총리는 최근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과 '외국어고 폐지' 등을 발표했지만 학부모 단체와 교육기관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윤 대통령은 여름 휴가 기간 동안 당 안팎 다양한 인사들로부터 여론을 수렴해 박 부총리의 자진 사퇴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박 부총리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며 거취가 일단락됐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그동안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이 보여줬던 모습과 확연히 다른 변화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7월 4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후보자 중 훌륭한 사람을 봤나"(7월5일) 등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저공 비행'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도 두드러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찬을 겸한 회동에서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책은 없다"며 "국민의 생각과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이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직접 지시한 이후 이념을 떠나 진보‧보수 진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발이 표출된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실제로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이준석 대표' 징계 사태 등으로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만 5세 입학' 추진 논란이 일면서 20%대로 주저앉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이날 발표한 결과(TBS의뢰, 지난 5~6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7.5%, 부정 평가는 70.1%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지난 1~5일)에서도 긍정 평가는 29.3%에 불과했지만, 부정 평가는 67.8%에 달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취임 34일 만에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

당초 윤 대통령은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는 특유의 인사 스타일을 고수하려고 했지만, 지지율 하락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자 전격 결단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정수행 부정 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인사' 문제에 대해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야 급격한 하락세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대내외 경제 악조건 속에서 민생 정책에 집중하며 지지율을 재차 견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박 부총리의 사퇴가 새 정부의 인적 쇄신 범위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부총리 후임 인선 문제와 함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속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여전히 공석인 상태에서 국민들에게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만 주요 인사들의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박 부총리는 국정 운영에 많은 부담이 돼서 정리를 하고 가는 분위기"라며 "사태를 여기까지 키운 데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책임도 크기 때문에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박 부총리 한 명 경질한다고 해서 지지율이 갑자기 상승하겠냐"며 "일단 가장 큰 리스크를 없앤 정도인데, 이걸로 끝나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이제 겨우 일할 분위기가 자리잡혔는데 섣부른 인적 쇄신은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며 "대통령실에서 대대적인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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