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00mm 이상 비가 쏟아지는 기록적인 폭우로 퇴근길 시민들의 발이 묶이고 일부 지역에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되는 한편, 곳곳에 침수 피해가 일어나는 등 대거 혼란이 발생했다.
일부 지하철역은 침수되면서 운행이 중단됐으며, 강남구 일대 도로는 물에 잠겨 침수 차량이 발생했다. 서울 상당수 자치구에는 산사태 경보 또는 주의가 발령됐고 정전 신고도 잇따랐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동작구 신대방동 부근의 경우 오후 8시를 전후해 시간당 13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는 서울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인 118.6㎜(1942년 8월 5일)를 80년 만에 넘어서는 기록이다. 다만 서울 시간당 강수량 기록은 서울기상관측소(종로구 송월동)가 기준으로, 공식적으로는 기록이 경신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비는 정체 전선을 따라 좁은 비구름대를 형성해 '인천 남부지역-서울 남부지역-경기 양평군'에 거센 비를 집중 시켰다. 서초구 서초동은 이날 오후 10시 30분까지 누적 313㎜의 비가 내렸고, 금천구 311.5㎜, 구로구 287.5㎜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심야 폭우로 서울 곳곳에 차량이 침수되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면서 퇴근길 시민들의 발길이 묶이기도 했다. 영등포역이 침수되면서 서울지하철 1호선 하행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1호선 금천구청역도 신호장애와 열차 지연이 발생했다.
7호선 이수역은 승강장 대합실 천장이 무너졌다. 빗물이 역사 내로 유입돼 기차는 양방향 무정차 통과를 했다. 9호선 노들역에서 사평역까지는 운행이 중단됐으며, 동작역은 침수로 폭우 피해가 커지면서 폐쇄됐다.
도로 침수도 이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쯤 강남구 개포동 개포지하차도 양방향이 모두 통제됐고 양재대로 일원 지하차도는 오후 9시 50분쯤부터 양방향 전면 통제됐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및 3호선 양재역 일대, 7호선 보라매역 및 신대방삼거리역 구간, 동작구 사당로, 강남구 테헤란로, 서초구 잠원로 등도 침수돼 고장 차량이 상당수 발생했다.
도로가 침수돼 차량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기자 운전자가 차량 위로 올라가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한 영화관에서는 천장 누수로 인해 영화를 보는 시민들이 대피하는 등의 혼란이 빚어졌다.
영등포소방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도로 침수, 주거 침수가 매우 많은 상태라 혼란스럽다"며 "도합 대략 200건 정도 신고가 들어온 상태"라고 밝혔다.
강남소방서 관계자 역시 "폭우 피해가 감당 못할 정도로 추정된다"며 "피해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 못하고 있다. 신고는 수십 건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파소방서 상황실 관계자는 "배수 지연 신고가 30건 정도"라며 "이곳 저곳에서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서는 정전 신고도 잇따랐다. 지하에 있는 건물 수전설비가 폭우로 침수되면서 불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50분께부터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는 신고가 집중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기상청은 서울 등에 시간당 100㎜씩 비를 뿌린 비구름대가 시속 50㎞로 동북동진하면서 밤사이 경기남부와 강원중·남부 등에도 폭우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오르내리는 가운데 비구름대가 유입되는 지역에선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시간당 50~80㎜ 이상 쏟아지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9시30분을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풍수해 위기 경보는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했다.
중대본은 전날(8일) 오후 6시 50분쯤 서울에 내린 집중호우로 동작구에서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하던 구청 직원 A씨가 작업 중 숨졌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8일 오후 12시쯤에는 경기 시흥 신천동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에서 전기 그라인더로 철근 절단 작업을 하던 노동자 B씨가 감전돼 결국 숨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