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초등 입학' 졸속 추진 논란을 빚었던 박순애 교육 부총리가 8일 재임 36일 만에 결국 사퇴했다.
박 부총리는 이날 오후 5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박 부총리는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께 되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달려왔지만 많이 부족했다"며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고 말하고 나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박 부총리의 사퇴는 지난달 4일 임명 이후 36일 만이며, 지난달 29일 논란을 일으킨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한 살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불과 열흘 만이다.
박 부총리는 지난달 4일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됐지만 만5세 초등 입학 정책을 의견 수렴 없이 깜짝 발표해 역풍을 맞았고, 결국 임명 한달여 만에 거센 반대 여론에 밀려 사퇴하게 됐다.
이로써 박 부총리는 윤 정부 출범 이후 국무위원 중 사임한 첫 인사가 됐고,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김인철, 정호영·김승희 후보자에 이어 4번째로 물러난 인사가 됐다.
또 역대 교육부 장관으로는 5번째로 단명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역대 최단명 교육부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월 5일 임명됐으나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3일 만에 7일 사퇴한 이기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다.
다음으로는 윤택중 전 문교부 장관으로 지난 1961년 5월 3일 임명됐지만, 5·16군사정변으로 문교부 장관 임기는 취임 17일째인 5월 19일 끝났다.
이어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7월 21일 취임한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논문 표절 의혹으로 13일째인 8월 2일 사퇴했다.
4번째 단명 장관은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의 송자 전 교육부 장관으로 2000년 8월 7일 취임했다가 가족의 이중국적 문제 등으로 23일 만인 같은 달 29일 사임했다.
이날 오전 여권 중심으로 사퇴설이 나돌던 박 부총리는 오후까지 현안을 챙기며 국회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결국 사퇴를 표명했다.
거센 반대여론에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 카드로 박 부총리를 사실상 경질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부총리는 앞선 김인철 후보자의 낙마 이후 지난 5월 26일 사회부총리로 깜짝 발탁됐지만 만취 음주운전, 논문 표절, 조교 갑질 의혹 등 각종 논란으로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국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했고, 윤 정부 출범 이후 56일간 교육부 수장 공백이 이어진 끝에야 지난달 5일 취임했다.
이후 반도체 인재양성 등 '교육 개혁' 추진에 나섰지만,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 만5세 입학 학제개편 추진안이 불쑥 담기면서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언급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대응으로 혼란을 더욱 키웠다.
박 부총리가 결국 사퇴함으로써 윤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교육개혁의 동력도 떨어지게 됐으며, 논란의 중심이 됐던 학제개편안도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주요 정책을 놓고 큰 혼선을 빚으면서 새정부 교육 정책은 큰 혼란에 빠져들게 됐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추락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