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가능성 차단된 이준석, 존재감 커지는 아이러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이 3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 소집 일정을 잡으면서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위 출범은 곧 이준석 대표의 돌아올 길이 봉쇄됐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당내 논의에서는 계속 주요 소재로 중심에 놓여 있다. 그만큼 비대위가 출범 비전을 발신하지 못하고 이 대표 제거의 명분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는 사이 이 대표는 '피해자 서사'를 획득해 가며 관련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비대위 출범 이후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과 관련해 "당헌·당규상 비대위가 출범하면 최고위라는 지도부가 해산하도록 돼 있다"며 "자동적으로 이 대표도 해임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헌 96조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되면 최고위원회의는 즉시 해산되며 비대위는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을 수행하고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복귀 가능성이 차단되자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용피셜(용산 대통령실+오피셜)하게 우리 당은 비상 상태가 아니다. 내부총질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참 달라졌고 참 잘하는 당 아니냐"며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거론했다. 또 "비상이 아니라고 해서 지난 3주 동안 이준석은 지역을 돌면서 당원 만난 것밖에 없는데, 그사이에 끼리끼리 이준석 욕하다가 문자가 카메라에 찍히고 지지율 떨어지니 내놓은 해법은 이준석의 복귀를 막는다는 판단"이라며 "당헌·당규도 바꾸고 비상 아니라더니 비상을 선포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 대로 떨어진 것 등이 비상상황의 근거라는 게 국민의힘이 내세운 지도체제 전환논리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 때문에 민심이 등을 돌렸고 무엇을 개선하면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보니 '이준석 복귀 여부'만 계속 쟁점이 되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젊은 당대표 몰아내기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하태경 의원)"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원내대표의 말실수와 사적 대화가 담긴 텔레그램 유출로 원내대표의 지도력이 약화한 상황은 해당자가 책임을 지면 되지 비상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최재형 의원)"며 비대위 출범의 정당성을 따지는 본질적 비판까지 나온다.

황진환 기자

그러나 무게추는 이미 '이준석 복귀 차단' 쪽에 기울어 있다. 친윤그룹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일관되게 "더 이상의 분란 없이 일단 지도체제를 안정시키고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대표 복귀 가능성을 열어둔 체제를 수립했었던 권성동 대행의 경우, 문자 유출 사건으로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친윤 뜻대로'에 몸을 맡긴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지난 달 8일 징계 결정 이후 정면 대응 대신 당원 가입을 독려하며 지지자를 만나는 등 몸을 낮춰왔던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 이후' 재기 가능성마저 없어지게 됐다. 당의 청년 관계자는 냉정하게 "이 대표에게 남은 것은 여론과 민심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는 법적 대응 등 강경하게 맞서는 것보다 "강대강으로 맞서지 말고 밀려나는 모습을 보이며 국민들이 판단하게 하고, 길게 보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 대표는 '맞으면서 크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 뉴스 의뢰로 7월30일~8월1일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여권 당대표 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이 대표가 26.1%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전날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7월30일~31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서도 이 대표는 지난 달 조사보다 3%P 상승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 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특히 보수 성향 응답자(416명)를 대상으로 한 결과에서 이 대표는 지난달 조사보다 5%P 상승해 여권 주자 중 유일하게 올랐다.

윤창원 기자

이런 현상과 관련해 국민의힘 30대 당직자는 "이 대표가 그간 2030 남성만 대변한 측면이 있지만 이 대표에게 반감이 있었던 여성들도 요즘에는 '이건 너무 하지 않나'라고 반응한다"며 "2030 여성들은 공정 관념도 있지만,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자에 감정이입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는 이 당의 누구보다도 젊다는 게 그의 최대 자원"이라면서 "시련에 맞서며 커나가는 모습을 자신의 스토리로 만들면, 길게 봤을 때 승자는 이 대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반발 외에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앞으로 모든 내용은 기록으로 남겨 공개하겠다. 곧 필요할 듯해서"라고 남겨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추후 대응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박수영 의원이 초선 의원 32명의 의견을 담은 성명서를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을 두고 "이 모든 난장판의 첫 단계인 초선모임 성명서부터 살펴보니 익명으로 의원들이 참여해서 숫자를 채웠다"며 "목숨이 위협받던 일제시대에 독립선언서도 최소한 다 실명으로 썼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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