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휴가와 맞물려 여당의 지도부 개편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1일부터 오는 5일까지 휴가를 떠난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휴가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의 휴가 메시지는 '모두들 휴가를 통해 재충전하고, 다시 돌아와 일을 철저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휴가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경호상의 이유로 사전에 공지되지 않고, 추후에 휴가지가 공개된다.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 휴가에 맞춰 국민의힘 지도부 체제 전환의 시계는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알렸다.
국민의힘 지도부 체제 전환은 최근 권 대행의 '내부총질' 문자 파동과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이 권 대행에게 보낸 문자에서 이준석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사실이 최근 권 대행의 부주의로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문자 파동 이틀 후인 지난 28일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을 포함한 친윤 의원들이 기내에서 만나 나눈 얘기도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언짢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권 대행에게 '해프닝인데 고생하셨다'고 말했던 게 언론에 보도돼, 윤 대통령이 대노했다는 얘기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의례적으로 한 얘기가 보도돼 굉장히 언짢아하셨던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서도 격앙된 분위기가 있어 당에 전달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문자파동'으로 대통령실 내부가 굉장히 심각한 분위기였는데 그 보도를 보고 너무 황당했다"며 "도대체 정무적인 감각이 있는 분들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결국 국민의힘 지도부 체제 전환은 연이어 실책을 범하는 권 대행 체제를 빨리 교체해 안정을 되찾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권 대행은 최근 논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당시 "내가 추천했다"고 말해 일을 더 키우거나, 민주당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 협상 과정에서 당내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시에 연일 하락하고 있다"며 "크고 작은 사고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조속히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7월 4주차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조사(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28%에 그친 반면 부정 평가는 62%로 집계됐다.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하락세를 걸으면서 긍정 평가 36%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동일한 수치다.
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당선이 초읽기에 들어간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가 징계를 받으면서 당무와 원내교섭 등 당의 모든 일이 권 대행에 몰린 상황에서 대권주자인 이 의원까지 상대하는 것이 버거울 것이란 전망도 지도부 변화의 이유로 진단된다.
이 관계자는 "권 대행이 맡는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이런저런 실수가 일어나는 측면도 있다"며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대표가 되는 상황이어서, 국민의힘도 차라리 빨리 지도부 개편을 통해 대응 체제를 갖추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휴가 기간 정국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도 문제지만, 코로나19 재확산과 보건복지부 장관·공정거래위원장 인선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 참모들이 지금까지 너무 숨 가쁘게 달려왔다"며 "이번 휴가를 계기로 차분하게 지난 과정을 돌아보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향후 계획들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