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가상화폐와 주식 투자 열풍 등으로 일명 '빚투'(빚을 내 투자)로 인한 다중채무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30대 이하 청년층의 다중채무액은 약 5년 동안 30% 넘게 늘었다.
31일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권 다중채무자 현황 및 리스크 관리 방안' 보고서를 통해 "금융권 다중채무자와 이들의 1인당 채무액 규모가 급증하면서 잠재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다중채무자는 451만명에 채무액 규모는 598조8천억원 수준이다.
지난 2017년 말(416만6천명, 490조6천억원)보다 각각 34만4천명(8.3%), 108조8천억원(22.1%)이 증가했다.
다중 채무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청년층과 노년층에서 두드러졌다.
30대 이하 청년층의 다중채무액은 32.9%(39조2천억원) 증가한 158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60대 이상 노년층 역시 32.8%(18조원) 증가한 72조6천억원이었다.
40~50대 중년층은 16.2%(51조2천억원) 증가했지만 다중채무액은 368조2천억원에 달했다.
전체 다중채무액에서 중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61.5%로 가장 높지만, 다중채무 증가속도는 청년층과 노년층이 중년층보다 갑절이나 빨랐다.
다중채무액이 전연령대에서 늘어나면서 1인당 금융권 다중채무액은 지난 2017년 말 1억1800만원에서 1억3300만원으로 12.8%(1500만원) 늘었다.
청년층은 1억1400만원으로 29.4% 늘어났으며, 중년층도 1억4300만원으로 10.4% 증가했다. 노년층은 10.3% 감소한 1억3천만원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대출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에서 청년층과 노년층 다중채무자와 채무액 증가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권에서의 청년층 다중채무자 수는 10.6% 증가한 50만3천명, 채무액은 71.1% 늘어난 11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노년층은 96.6% 증가한 9만5천명, 78.1% 늘어난 2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상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 다중채무는 상환 부담을 높여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감내 수준을 넘어서면 부실로 연결될 수 있다"며 "부실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채무자는 과도하게 자산시장에 유입된 채무자금을 조정하고, 금융기관은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도적으로는 다중채무자의 신용대출과 일시상환대출을 중도 또는 만기 도래 시에 분할상환방식으로 전환해주거나 저축은행 등 고금리 상품을 다른 금융업권 또는 정책금융기관의 낮은 고정금리 상품으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