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감 인사 논란' 전말 따져보니…행안부·경찰청 모두 '억울'

국무조정실, 치안감 인사 논란 사태 조사 결과 경찰청 통보
경찰청, 치안정책관 중앙징계위원회 회부
행안부 "장관 치안정책관에게 인사안 전달 사실 없어"
경찰청 "치안정책관, 최종안 확인 책임 다하지 않아"

황진환 기자

지난달 벌어진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는 행정안전부에 치안정책관으로 파견된 경무관의 부실 책임이 최종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각종 의혹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나 전말을 따져보면 행안부와 경찰청 모두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중을 기해야 할 실무 담당자의 순간 실책이, 대통령의 '국기문란' 질책까지 나오는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킨 셈이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치안감 인사 논란 사태와 관련, 경찰청은 지난 11일 국무조정실로부터 치안정책관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통보 받았다.

해당 사태는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치안감 인사 소식은 전날 오후 경찰청에 전파됐고, 이날 오후 6시 15분께 행안부 치안정책관으로부터 인사안이 전달됐다. 경찰청은 확인 후 내부 절차를 거쳐 오후 7시 10분께 내부망에 인사안을 게시했다.

하지만 오후 8시 38분께 '최종안이 아니다'라며 행안부로부터 전파를 받았다. 이미 게시된 최초 인사안은 즉각 삭제 조치했다. 이후 수정된 인사안에 대한 내부 절차를 거쳐 오후 9시 34분께 내부망에 다시 게시했다.

이미 발표된 인사안이 번복되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기에 경찰 안팎은 발칵 뒤집혔다. 수정 인사안에는 대상자 7명의 보직이 변경됐다.

이렇듯 사안을 표면 상으로만 보면 '인사 번복'이라고 볼 만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숨은 1cm가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종민 기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6월 15일 오후 조지아 출장을 위해 출국했다. 출국 전 인사안은 이미 대통령실 등과 협의해 확정한 상태였다. 이 장관은 치안정책관실에 대통령실과 협의된 안을 확인해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치안정책관은 안을 확인하지 않았고 다른 검토 안을 최종안이라고 내려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A안이 최종안인데, B안을 내려보낸 셈이다. 결국 B안이 최종안, A안이 번복안이라는 오해를 사는 결과를 낳았다. 다만 왜 B안을 내려보냈는지는 여전한 미스터리다. 해당 치안정책관은 CBS노컷뉴스에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정황은 지난 6월 28일 이 장관이 개최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일부 엿볼 수 있다. 이 장관은 "15일에 해외 출장을 가면서 제청안을 확정해놨다. 그리고 21일 저녁에 귀국해 인사를 시행하라고 했다. 나는 15일에 완성된 제청안을 그대로 제청했고, 대통령은 그것을 그대로 결재했다. 다음 날 아침 '인사 번복'이라고 대문짝만하게 나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출국 전에 확정한 인사안을 그대로 제청했고 대통령은 그대로 결제했는데 무슨 인사 번복인가"라고 밝힌 바 있다.



'당황스럽다'는 반응은 이 장관 뿐만 아니라 경찰청도 마찬가지다. 경찰청 인사담당관은 치안정책관으로부터 받은 안을 당연히 '최종안'인 줄 알고 내부에 게시만 한 일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유의 사태에 수많은 언론의 취재가 폭발적으로 진행되자 경찰청 홍보담당관도 진상을 파악하고 취재에 응대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사건 당일 담당자들은 모두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찰청 측은 "담당자가 왜 처음에 잘못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청, 행안부, 대통령실 중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공방이 벌어졌던 이 사태는 어떻게 보면 '어느 기관의 잘못도 아닌' 황당한 결말로 귀결된 셈이다.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치안정책관의 '실책'은 최대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입으로부터 '국기문란'이라는 발언이 나오게 하는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모양새가 됐다.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경찰청은 내부 검토를 한 뒤 치안정책관에 대해 경징계 의견으로 국무총리 산하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가 징계 정도를 결정하면 경찰청이 대상자에 대해 인사 조처를 하게 된다.

다른 총경 2명의 잘못은 경미하다고 보고 직권경고 처분만 했다. 경찰청은 "치안정책관과 인사담당관(총경)은 하반기 인사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경찰청은 이 사실을 알리며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인사안 혼선은 장관 지시를 받은 A 경무관이 최종안 확인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기서의 '장관 지시'는 '인사를 차질 없도록 진행하라는 지시'라는 의미다.

행안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상민 장관은 경찰 인사에 관해 경찰청에서 파견된 경무관(치안정책관)에게서 도움을 받거나 서로 상의한 적 없고, 해당 경무관에게 인사안을 전달한 사실도 없다"며 "또 당시 경찰청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행안부 장관은 전혀 알 수 없다"고도 밝혔다.

이어 "해당 치안정책관이 행안부 내부 인력이 아니라 경찰청에서 파견된 경찰공무원이라서 발생한 일"이라며 "바로 이런 이유로 행안부 내 공식적이고 대외적으로 공개된 경찰 관련 지원 조직, 즉 '경찰국'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추가 입장문을 내고 "장관의 지시는 인사를 차질 없도록 진행하라는 지시였다"며 "국조실 조사 결과에서도 장관이 치안정책관과 인사안을 공유한 바는 없으며, 치안정책관은 대통령실과 협의된 최종안을 확인했어야 함에도 최종안 확인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서 혼선이 비롯됐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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