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법원도 인정한 '유우성 보복기소'…검찰, 국회 '사과 요구' 거부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 씨를 보복 기소하고 대법원에서도 패소한 검찰이 '유우성 씨에게 사과하라'는 국회 요구에 대해 최근 "1심은 우리가 이겼다"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사과를 거부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달 국회에 '2021년도 국정감사 처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며 '유우성 보복 기소에 대해 사과하라'는 국회 요구를 거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는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담당 검사와 검찰총장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사과를 요구했지만, 대검찰청은 "1심에서는 유 씨 측의 공소권 남용 주장이 배척돼 전부 유죄가 선고되는 등 법원에서도 심급 간 의견이 나뉜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미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 인정된다며 검찰 공소를 기각, 검찰의 잘못을 확정했는데도 검찰이 '1심 재판에선 우리가 이겼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사과를 거부한 것이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도 해당 검사들을 징계, 감찰하라는 국회 요구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국회는 법무부에 '해당 사안에 대해 법무부 차원의 철저한 감찰 및 징계를 검토하라'고 요구했지만,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징계 청구가 이뤄진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고, 감찰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도 "감찰 관련해선 확인이 어렵다"라고 답했다.

황진환 기자

앞서 검찰은 지난 2013년 유우성 씨를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재판에 넘겼는데, 국가정보원이 위조한 공문서를 증거로 제출했다가 증거 조작 방치 등을 이유로 검사들이 대거 징계를 받았다. 당시 징계를 받은 검사 중 한 명이 현재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인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다.

이처럼 국정원의 증거 조작을 방치한 검사들이 징계를 받자, 검찰은 2014년 5월 유우성 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겼다. 해당 혐의는 이미 4년 전이었던 지난 2010년 검찰이 기소 유예 처분했던 것과 같다. 이를 다시 적용해 기소한 것이어서 '괘씸죄에 따른 검찰의 보복 기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검찰이 유 씨에 추가로 기소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21년 10월,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며 유 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 인정돼 공소 기각이 확정된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첫 사례였다.

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검찰은 반발하고 있다. 사건 담당 검사이자 대법원 판결 직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안동완 검사(現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는 지난 5월, 검찰 내부망에 "국가보안법 사건이 무죄가 선고되거나 공판 검사들이 징계를 당해서 기소한 것이 아니다"라며 반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미 기소유예 처분된 사건을 제기해 기소한 것이 보복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 사정이 달라진 경우 기소유예뿐만 아니라 '혐의 없음' 처분된 사건도 기소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두봉 인천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도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과를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이 지검장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서 업무 처리에 유의하겠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과 지난달 국회에 답변을 낸 대검찰청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유우성 씨의 변호를 맡은 김진형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이미 났고 검사가 의도를 갖고서 기소했다는 것이 명백한 대법원 판단인데도, 검찰이 1심 재판부는 우리 손을 들어줬다는 둥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그야말로 후안무치하고 법조인의 필요성 자체를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검찰의 보복 기소 사건은 유 씨가 이두봉 지검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전날 오후 유 씨를 고소인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에 나섰다. 첫 고소인 조사를 진행한 지 두 달여 만으로, 공수처는 고소장과 사건 기록 등을 검토하며 수사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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