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우리 경비노동자들은 오늘도 한두 평 남짓한 경비실에 들어섭니다. 비좁은 공간에서 폭염을 견디기엔 숨이 턱턱 막힙니다. 소금기가 허옇게 오른 근무 조끼를 벗어 걸고는 선풍기를 틉니다. 그러나 그 선풍기는 그저 더운 바람을 내뿜습니다". (25일 기자회견 중)
여름을 견뎌야 하는 아파트 경비실에 시원한 냉방기를 설치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이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아파트 경비원들이 폭염의 위험에 노출돼 근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경비노동자는 에어컨이 달렸지만 쓰지 못하는 곳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경비실에 벽걸이형 에어컨이 달려 있지만 리모컨에 손을 대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 감시처럼 달려 있는 전력 계량기 때문입니다. 관리소는 경비실 초소의 전기 사용량을 체크합니다. 아파트 입주민은 경비실에서 에어컨을 너무 오래 트는 것 같다는 민원을 제기합니다".
대전지역 15개 단체와 진보정당이 모인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은 25일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현실을 토로했다. 단체는 "대전지역에는 아직도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가 되지 않은 아파트가 상당수 있고, 있더라도 너무 낡아 사고의 위험이 따르거나 경비노동자들 스스로 돈을 모아 구입한 에어컨조차 전기세의 압박으로 그림의 떡처럼 마음 편히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단체는 이 같은 실태를 조사하고 대비책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요청서를 노동청에 전달했다.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의 심유리 단장은 "경비노동자들은 한 번 실직하면 다시 채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숨 막히는 더위에도 에어컨 좀 설치해달라고 스스로 말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것이 노동청과 지자체 등 공공영역이 나서서 실태조사를 하고 아파트 측과 함께 대책도 적극 마련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자체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경비노동자 상당수가 고령인 만큼 실태 파악과 대책이 더욱 시급하다고 단체는 촉구했다.
대전고용노동청은 요청된 내용에 대한 검토와 논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